[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선 일본 불매운동 상황 속 일본영화 두 편이 연이어 개봉했다.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와 아베 정권을 비판한 영화 ‘신문기자’가 관객과 만났다. 시국 분위기 속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던 ‘날씨의 아이’는 비교적 선전했고 반일 감정이 미칠 것으로 예상한 ‘신문기자’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 스스로 흥행실패 규정한 ‘날씨의 아이’

지난 달 30일 개봉한 ‘날씨의 아이’는 개봉 첫 주 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2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 53만 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은 드문 점에서 눈에 띄는 성과다. 현재까지 박스오피스 4위에 머물고 있다. 전작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서 371만 명을 동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덤이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사의 입장은 달랐다. 수입배급사 미디어캐슬은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일본 콘텐츠를 향한 편견을 거둬달라”며 ‘날씨의 아이’가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했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날씨의 아이’가 ‘너의 이름은.’에 비해서는 파급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나 단순히 일본영화라서 외면 받았다는 가정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너의 이름은.’은 사랑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현실과 판타지의 조화로 다양한 관객층을 사로잡았다. 그에 비해 ‘날씨의 아이’는 일본 사회 내 불안한 청년들의 모습을 빗댄 다소 어두운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상 기후로 혼란을 겪는 음울한 분위기가 돋보여 대중적인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CGV 관람객들이 매긴 평점은 89%로, '82년생 김지영' 96%, '터미네이터-다크페이트' 93% 등보다 낮다.

한 영화 관계자는 “사실 상 국내 마니아층이 탄탄한 디즈니의 작품이나 프랜차이즈식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애니메이션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높지 않다”라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는데 ‘보이콧 재팬’으로 인해 흥행에 실패했다는 입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 ‘신문기자’, 반사 이익 흥행 실패

반면 아베 정권을 비판한 ‘신문기자’는 지난 달 17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9962명에 그쳤다. 영화는 가짜 뉴스부터 댓글 조작까지, 국가가 감추려는 진실을 집요하게 쫓는 기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담겼으며 도쿄신문 사회부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저서 ‘신문기자’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한국배우 심은경이 출연해 주목 받은 영화로 지난 6월 일본 개봉 이후 수입 4억엔을 돌파했다.

영화를 제작한 카와무라 프로듀서는 아베 정권이 촉발한 한일 갈등 고조에 대해 “정권과 정권의 대치와 국민과 국민의 대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인 대 개인이지 집합 안의 개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이어 “문화란 개인과 개인이 어떻게 마주하느냐의 문제다. 한국에서 이 영화가 히트한다면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리라 생각한다”며 “일본에서 아베 총리가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보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특히 영화 속 일본의 정치와 권력을 비판한 메시지는 현 시국과 묘하게 맞아 떨어져 반사 이익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상영관 확보 실패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인지도가 낮아 흥행에 실패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아베 정권을 비판한 영화라고 해서 반사 이익이 반영되기는 어려울 만큼 상영관이 적었다”면서 “충분한 상영관 확보와 관객들의 인지도가 부족해서 벌어진 안타까운 결과다”라고 말했다. 이어 “‘날씨의 아이’나 ‘신문기자’가 일본 작품이라는 이유로 관객들이 일부러 거르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라며 “결국 관객을 발길을 모으는 건 초반 흥행력과 영화의 재미 요소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미디어캐슬·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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