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인정한 정진운(왼쪽)과 경리.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작년 가을이었나 지난 설 께였나. 아, 남 일이라고 이렇게 가물가물한다. 어쨌든 휴일이 이어지던 어느 날, 풍경 좋은 지방의 한 대게 집을 찾았다. 그런데 하필 그 시간에 정진운과 경리가 함께 방문을 했다. 서로에게 참 안 좋은 타이밍이었다.

못 본 척 하고 싶었다. 쉬는 날이니까. 그런데, 그래도 연예부 기자라고 모른척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소속사에 전화를 걸었다.

소속사의 반응은 "친한 사이"였다. 실제 식당에서 본 두 사람도 그랬다. 스킨십을 진하게 하거나 그렇진 않았다. 모자를 쓰고 있긴 했지만 숨거나 남의 눈을 피하는 기색도 아니었다. 아주 친한 사이라면 명절에 만나 대게도 같이 깔 수 있겠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또 안 넘어가면 어쩔 것인가. 설사 연애를 하는 중이라도 소속사가 아니라는 걸 기라고 쓸 순 없잖은가. 대중의 '알 권리'를 주장할 대단한 사건도 아니고.

그렇게 약 1년쯤 지난 13일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했다. SBS funE는 정진운과 경리가 지난 2017년 연인으로 발전, 약 2년째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진운은 지난 3월 입대했는데 경리와 휴가 때마다 만날 정도로 애정이 깊다고 한다.

결국 그 날 대게 집에서의 일은 단순 식사가 아닌 데이트였다. 그래,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친해도 꿀 같은 휴식일에 단 둘이 멀리 있는 경치 좋은 맛집까지 가는 일은 잘 없겠지 싶다.

할리우드는 스타들이 만남과 이별을 굳이 꽁꽁 싸매고 숨기지 않는다. 이런 배경엔 문화적인 특성, 팬덤의 특성 등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팬덤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맹목적인 사랑, 유사연애의 감정을 느끼는 팬들의 비중이 줄고 '팬질'을 자신의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스타라 할지라도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문화도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스타들더러 열애를 공개하라는 건 아니다. 공개 여부는 자신들의 선택이다. 다만, 공개 열애를 하고 마음 놓고 만나고 싶은 스타들이 여론이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애써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사랑이 무슨 죄라고. 사귀는데도 아니라고 부인했던 두 사람의 마음을 짐작해 보게 된다. 한창 좋을 10대, 20대 좋은 나이의 아이돌 스타들이 눈치 보지 않고 연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사진=OSEN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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