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요양병원서 무더기 퇴원 사태…의료현장 대혼란
암 환자, 요양병원서 무더기 퇴원 사태…의료현장 대혼란
  • 홍성익 기자
  • 승인 2019.11.13 11:56
  • 수정 2019-11-13 13:46
  • 댓글 0

복지부, 상급종합병원에 암 환자 지침 시달해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개정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의 11월 1일 시행으로 그간 요양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던 암 환자들이 집단퇴원 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의료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13일 한국암재활협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이 달부터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타 의료기관 진료 시 ‘요양급여의뢰서’를 지참하지 않을 경우,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면서 암 환자의 요양병원 집단 퇴원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1월부터 요양병원은 입원 중인 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CT, MRI 검사를 받거나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요양급여의뢰서'를 발급받아야만 한다.

이 때 해당 상급병원은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외래 진료한 뒤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부담금만 받고,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진료비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외래진료를 한 병원들은 진료비 전액을 100/100 방식으로 수납한 뒤, 암 환자들로 하여금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 정산 받도록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암재활협회는 “복지부가 요양병원 입원 중인 환자의 무분별한 타 진료기관으로의 외래진료를 방지하고, 지역사회통합 돌봄사업의 일환으로 요양병원 장기입원과 불필요한 입원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의 취지와 달리 시행과정에서 예상치 않게 암 환자 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바로 보건당국의 획일적인 탁상행정과 대학병원 같은 상급 종합병원들이 자신들의 편의만을 위한 ‘갑질’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암 환자들이 요양급여의뢰서를 받아 항암 및 방사선 같은 치료를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 5%만 지불하고 나머지 비용은 해당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청구해야 하지만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만 따져 먼저 환자들에게 치료비 전액을 받고, 환자로 하여금 2~3개월 후에 입원 중인 요양병원을 통해 환급을 받으라는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간 암 환자들이 진료의뢰서나 요양급여의뢰서 없이도 상급종합병원에서 본인부담금만 내고 진료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런 문제가 지금에 생겨난 것일까? 바로 복지부 고시(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가 일부개정(10월 29일)돼 11월 1일부터 불필요한 입원 등을 줄여 나가기 위해 요양병원 입원진료 현황을 고지하게 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그간 알 수 없었던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지 여부를 전산으로 곧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를 악용,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 응당 자신들이 심평원에 청구해야 할 진료비를 일시에 환자에게 받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또 다른 문제는 요양병원의 경우, 요양병원에서 직접 치료하지 않은 진료비를 상급종합병원을 대신해 위탁 청구하는 것도 불합리하지만 삭감되면 요양병원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며, 단지 청구만 대행하는 것임에도 요양병원 수익으로 잡혀 세금까지 부담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등에 필요한 진료비는 개인차는 있으나 한 달에 최소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 원의 현금을 부담해야 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암 환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따라서 현금이 없어 진료비 사전납부를 할 수 없는 암 환자들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본인부담금 5%만 내고 방사선 치료 등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 퇴원해야만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집단퇴원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G요양병원에서 10일간 무려 암 환자 35명이, 또 광주광역시 한 요양병원에서도 역시 같은 이유로 20명이 넘는 암 입원환자들이 퇴원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암 환자는 “이 달부터 시행 중인 새로운 시행규칙은 요양병원이라는 큰 틀만 보고 환자 개개인의 질병에 대한 세밀한 검토 및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 행정 편의주의로 만들어진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들의 횡포를 근절하고 암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도록 ‘요양급여의뢰서’를 지참한 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만 납부토록 하고, 나머지 진료비는 해당 의료기관이 직접 청구토록 명확한 지침을 시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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