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미스 유니버스 4위, 미스코리아, 서울대 등 그동안 배우 이하늬를 따라온 수식어다. 그러나 올해 초 개봉한 천만영화 ‘극한직업’부터 ‘열혈사제’까지 연이어 히트하며 이하늬를 향한 대중의 평가는 달라졌다. 화려한 용모와 이력이 아닌 이하늬의 연기력과 흥행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이하늬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한 셈이다. 최근 작 ‘블랙머니’(13일 개봉)로 관객을 또 만나게 된 이하늬는 “행복 지수가 80% 정도 된다”며 웃었다.

- ‘극한직업’으로 ‘천만배우’가 된 상황에서 개봉한 ‘블랙머니’는 필모그래피를 다양하게 만든 작품이 될 것 같다.

“‘천만배우’가 내게 어울리는 타이틀은 아니라고 본다. 그저 팀의 일원이었을 뿐이다. 정말 영광스러운 영화다. ‘블랙머니’ 같은 경우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나리오와 캐릭터였다. ‘극한직업’으로 받은 에너지를 털고 온전히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경제 이야기라 어렵거나 무거우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이 없어졌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았던 작품이다.”

-극 중 연기한 김나리 역에 몰입이 됐나. 영화의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데.

“유학한 친구들을 많이 떠올렸다. 실제로 뉴욕에서 1년 6개월 정도 체류하면서 일을 하는 한인 분들을 봤을 때 느낌이 떠올랐다. 성공한 1세대의 뒤를 잇는 인물이 나리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리의 선택과도 연관이 됐을 거라고 본다. 나리는 우리나라에 괜찮은 로펌 하나 없는 게 통탄할 일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나름대로 소명의식과 꿈이 있는 여자고, 그 꿈이 선택과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자체가 전작 ‘극한직업’ ‘열혈사제’와는 많이 다르다. 감정을 숨기는 인물인데.

“완급조절을 해야 했다. 뭔가를 표출하듯이 뱉는 여자가 아니고 굉장히 단단한 에너지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최대한 연기하고 싶었다. 표현적으로는 몸이나 대사를 쓰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디테일한 모습으로 캐릭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어 대사도 그 일부분이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소재로 한 ‘블랙머니’는 당시 정권, 각종 기업들과 장관들이 대거 연관돼있음을 알린다. 최근 조국 사태와 맞물리기도 한 소재인데.

“시국에 맞춰서 개봉한 건 전혀 아니다. 8년 정도 작업과정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굉장히 와닿았다. 개인의 안위와 행복이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은 개인의 행복과 안위도 치명적인 위협이 가해지는 거 같다. 다음 세대는 좀 더 달라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 위해서는 뭔가를 알아야 하고, 그래야 자의식이 생긴다. 영화계에서 영화의 소재가 된 이런 큰 사건을 회자하지 않았다는 게 더 놀라웠다.”

-가야금 독주회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쉬면서도 머리에 여러 프로젝트가 떠오르면 일어나서 뭐라도 해야 한다. 요새는 그 에너지를 좀 덜고 완전히 제로 상태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발리에서 요가 트레이닝도 받았다. 얼마 전에는 직접 요가 강의를 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에너지의 근원이 궁금하다.

“나도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스테이 헝거’다. 탐욕스러운 배고픔을 말하는 게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아티스트를 볼 때 안타까운 적이 많다. 스스로 성장을 멈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나는 늘 성장하려고 한다. 아직도 목마르고 배고프다.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스스로 자가복제하는 연기를 할 것 같다. 성장을 멈추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혹독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타입인 것 같은데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술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클럽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가로 몸을 수련하는 게 행복하다. 멘탈이 튼튼해야 배우 생활을 오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늘 수련자라고 생각하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 한 시간 반, 두 시간 정도 요가를 하면 성취감이 엄청나다. 예전에는 개인의 이하늬가 없고 배우로만 존재해야 잘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개인의 이하늬가 넉넉하고 풍성하고 행복할수록 거기서 자라는 열매들이 풍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삶을 좀 풍성하게 하려고 한다.”

-지금의 행복 지수는 얼마나 되나.

“한 80%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정의하면서 행복해졌다. 배우로서 상을 받는 걸 생각했으면 불행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진짜 힘들 때도 있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나면 내가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가지려고 한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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