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왜 불펜 전화가 아닌 쓰레기통을 썼나
휴스턴, 왜 불펜 전화가 아닌 쓰레기통을 썼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11.14 13:27
  • 수정 2019-11-1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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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사인훔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 연합뉴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사인훔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박대웅 기자] 야구에서 상대 배터리(투수+포수)의 사인을 훔치는 행위는 당연히 해서는 안 될 처벌 대상이 되는 행동이자 암묵적으로 지키는 불문율이다. 유소년리그부터 청소년, 대학과 프로리그까지 많은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사인훔치기가 부당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사인훔치기 논란이 뜨겁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메이저리그에서 그것도 월드시리즈 준우승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구설의 중심에 섰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3일(한국시각) 휴스턴이 전자기기를 사용해 홈 경기에서 사인을 훔쳤다고 폭로했다. 2017년까지 휴스턴에서 뛰었던 투수 마이크 파이어스(34)와 익명의 증언자 3명이 이런 주장을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곧바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사인훔치기는 외야 카메라를 통해 이뤄졌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휴스턴은 홈구장인 미닛 메이드 파크 외야 포수 정면 방향에 설치한 카메라로 사인을 촬영해 더그아웃 근처 모니터로 전송했다. 분석원이 사인을 확인한 뒤 타석에 정보를 전달했다. 방법은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것으로 느린 공과 변화구가 올 때 알려주는 식이다. 현재까지 사인훔치기가 정규시즌을 넘어 포스트시즌과 월드시리즈에서도 일어났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휴스턴은 반박하고 있다. 휴스턴 사장 제프 르나우는 휴스턴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2017년 우승은 알투베, 브레그먼, 벌랜더와 많은 선수가 올바르게 해낸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휴스턴은 왜 불펜 전화기를 놔두고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사인을 전달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규제의 빈 틈을 파고들기 위해서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사무국의 허가 없는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올해부터 드래프트 픽(pick)과 국제선수 계약금 풀(pool)을 잃는 강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 선수 수급에 차질을 빚는 중징계다. 메이저리그는 미국, 캐나다 및 푸에르토리코와 같은 미국령에 거주하는 자 또는 교육기관에 재학중인 자가 아닌 이가 메이저리그 드패프트에 참가할 경우 '국제유망주' 자격을 부여한다. 이들은 모든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이 생긴 배경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스마트 워치를 활용해 사인을 훔쳤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보스턴이 2017년 9월 그라운드 외부에 있는 영상 분석관이 스마트 워치를 통해 더그아웃에 있는 트레이너와 일부 코치에게 포수 사인 등의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적발하고 벌금형을 내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메이저리그는 전자기기를 활용한 사인훔치기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규제 일환으로 더그아웃에 설치된 불펜 전화의 통화내용은 모두 녹음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