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포스터(왼쪽), '윤희에게' 포스터.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소수층에게 국한된 영화로 여겨진 퀴어영화(동성 간의 애정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가 최근 점점 제작되는 추세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4) ‘캐롤’(2016),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등 해외 퀴어물이 국내 관객들에게도 호평을 받으며 국내 영화계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개봉한 김희애의 신작 ‘윤희에게’ 역시 퀴어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과거와 달리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도전하는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에 관객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해외 퀴어 영화의 선전

영화 '후회하지 않아' 스틸.

사실 국내에서 퀴어 영화가 제작되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2006년 개봉한 ‘후회하지 않아’ 역시 동성 간의 애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당시 저예산 영화로는 유례없는 수치인 4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후 국내에서도 ‘창피해’(2012) ‘야간비행’(2014) ‘메소드’(2017) ‘환절기’(2018) 등 퀴어물이 제작됐으나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은 작품은 극히 드물었다. 작품성과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 일부 자극적인 장면에 대한 거부반응이 뒤따랐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

반면 해외 퀴어물은 국내에서 예상 밖의 호평을 받았다. 201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국내 관객들로부터 최고의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 32만5706명을 모으며 선전한 ‘캐롤’ 역시 사랑의 벽을 허문 이야기라는 평을 얻었다. 또 국내에 티모시 샬라메 열풍을 이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역시 여성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와 호평을 받으며 19만9589명을 동원했다.

■ “사랑에 모양 없다”..퀴어물을 대하는 자세

영화 '윤희에게' 스틸.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해외 퀴어물들은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전개 대신 잔잔한 흐름으로 사랑과 이별에 대한 고찰을 섬세하게 연출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윤희에게’ 역시 눈이 하얗게 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첫사랑의 이야기를 담으며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영화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딸과 함께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희의 첫사랑 상대는 다름 아닌 일본 여성이다. 혹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담담하게 표현하며 보는 이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김희애가 데뷔 후 처음으로 퀴어물에 출연했다는 점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고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나의 작은 소재로만 생각했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냥 딸아이와 어떤 계기를 통해 여행을 가는 로드무비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애는 인터뷰를 통해서도 ‘윤희에게’에 대해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그린 작품”이라며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마음을 순수하게 통찰해 반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사랑에는 모양이 따로 정해진 게 없다”며 “윤희의 사랑 역시 일상적인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소신 있는 생각을 밝혔다.

메가폰을 잡은 임대형 감독 역시 “사랑에는 국경도 성별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동아시아 여성들이 연대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영화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수의 퀴어물들은 성소주자의 작품으로 치우치는 것을 거부하고 관객과 적극적인 소통과 공감을 꾀하고 있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사랑’이라는 소재와 자극성이 없는 전개로 장르에 대한 편견을 없애며 대중화에 나선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시대가 많이 변한 게 사실이다”라며 “성소수자들의 작품으로 여겨진 퀴어물들이 요즘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퀴어물의 선전에 따라 더 다양한 작품들이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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