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사태, 이후(上)] 무사안일이 부른 참사, 개미들만 '피눈물'
[DLF사태, 이후(上)] 무사안일이 부른 참사, 개미들만 '피눈물'
  • 김동호 기자
  • 승인 2019.11.18 17:28
  • 수정 2019-11-18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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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 금융상품 피해자들이 지난 8일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연합뉴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 금융상품 피해자들이 지난 8일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탐욕과 무사안일이 부른 인재였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원금손실이라는 피해를 안겨준 해외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편드(DLF) 사태에 대한 평가다.

은행의 수수료 수익 확대에 대한 탐욕이 불완전 판매로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은행 고객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DLF에 투자한 고객들의 무사안일도 문제를 키웠다. 은행 판매직원의 말만 믿고 자신이 투자하는 상품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은 채 1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것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 투자자들이 투자금 전액을 날렸다. 반면 몇몇 투자자들은 소폭 수익을 실현했다. 평균 손실률은 대략 53%에 달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2곳이 판매한 해외금리연계 DLF의 총 판매 잔액은 7950억원(지난 8월 7일 기준)이다.

이 중 9월과 10월 대규모 손실을 보고 중도환매(978억원)되거나 만기도래(991억원)한 물량을 제외하면 이달 8일 기준 판매 잔액은 587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최대 손실률은 98.1%, 최소 손실률은 34.9%로 조사됐다. 평균 손실률은 52.7%다.

영국 CMS 금리에 투자한 일부 DLF는 조기상환 조건을 달성하면서 소폭 수익을 기록했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조기상환된 물량은 111억원에 달한다.

최근 독일 국채금리 등 문제가 된 DLF의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다가올 5870억원 규모의 만기도래분의 손실률도 지난 달에 비해 크게 줄었다. 현재 10%가 조금 넘는 손실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의 같은 상품에 투자한 이들의 수익률이 한두달 사이에 전액손실에서 소폭 플러스로 돌아설 정도로 DLF는 변동성이 심한 고위험 금융상품이다. 또한 최대 수익률이 3~5% 수준인 반면 손실은 100%까지 날 수 있을 정도로 손실 위험이 높은 상품이다.

이 상품의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9~10월 만기도래, 혹은 중도환매로 투자금을 회수한 이들은 평균적으로 5270만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막대한 손해를 본 DLF 투자자들은 현재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금융감독당국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은행과 행장을 고발하고,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 역시 DLF를 판매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8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DLF 관련 분쟁조정 건수는 총 268건으로, 이 중 은행 26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 4건은 증권사를 상대로 한 분쟁조정 신청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는 12월 중으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손실이 확정된 대표적 사례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배상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DLF 사태의 원인을 금융사들의 공모규제 회피, 투자자보호 및 내부통제 미흡 등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된 은행들은 기초자산과 손익결정구조 등 실질이 유사한 DLF 상품을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장치가 약한 사모펀드의 형태로 변형해 판매했다. 이 DLF는 사실상 공모펀드나 마찬가지였으나 최소 1억원 이상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형태로 다수의 은행 고객들에게 판매됐다.

이에 따라 공모펀드 투자시 적용되는 고령자, 부적합투자자 숙려제도와 분산투자규제,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 제출·교부, 자산운용보고서 분기별 교부, 파생상품 운용시 위험에 관한 지표 공시 등 대부분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사모펀드를 은행 입맛대로 악용해 상품을 제조하고, 사기판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은행이 파생상품을 보다 쉽게, 보다 빠른 방법만을 추구해 판매하는 등의 과도한 영업을 해 온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자로 4%를 받고 100% 손실을 보는 일종의 돈따먹기 금융상품을 은행 거래자중에서 어느 누가 가입하겠냐"고 반문했다.

다만 DLF와 같은 고위험 상품의 경우 투자자 교육 및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DLF 사태의 피해가 지금처럼 커진 데는 은행 직원의 말만 듣고 DLF에 투자한 이들의 잘못도 어느 정도도 있나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DLF는 물론이고 다른 금융상품들도 예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은 거의 없다"며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투자자들 역시 자신이 투자하는 상품의 기본 구조와 운용방식, 손실위험성 등에 대해 스스로 잘 알아보고 투자를 결정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