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빛나는 스포트라이트와 많은 대중의 시선을 받는 스타들. 화려해 보이기만 한 이면에는 차마 이야기하지 못 한 고민과 고통들이 있다. 작품부터 일상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주목 받는 이들은 작은 고민 하나 털어놓기 힘든 상황에 놓을 때가 많은데. 최근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여러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는 것은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있는 이들의 고민과 고통을 느끼게한다. 특히 많은 스타들이 한입으로 이야기하는 유명세의 부작용은 악플.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듯 익명성 뒤에 숨은 악플러들의 근거없는 비난은 많은 스타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스타들을 둘러싼 악플과 루머의 기원을 추적함으로써 소문의 진상을 규명하고 억울한 부분에 대해선 대신 오해를 풀어주기 위한 엔터테라피스트 코너를 마련했다. 비판이 아닌 비난과 악플이 모두 사라지고 스타들이 평범한 행복을 되찾는 그날까지 엔터테라피스트는 이어진다. <편집자 주>

남편 안재현과 이혼 소송으로 또 한 번 대중의 입방아에 오른 스타가 있다. 2002년 CF로 데뷔해 데뷔 18년차를 맞은 배우 구혜선. '전국 4대 얼짱'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누렸던 고교 시절부터 데뷔 이후 배우로, 감독으로, 작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까지 구혜선은 꾸준히 악플과 마주했던 스타다. 악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 된 구혜선. 그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 인신공격·욕설·억측이 태반… 비판다운 비판은 어디 있나

한 유력 포털 사이트에 구혜선의 이름을 치면 나오는 관련 기사들은 7만6000여 건에 달한다. 하루에도 구혜선에 대한 기사는 적게는 5건, 이혼과 관련된 폭로성 글이 오갈 때는 수 백 건씩 나온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상 사진 하나도 기사가 되고, 별 것 아닌 셀카 하나에도 "자기애 넘치고 아집이 세다"는 등의 악플이 달린다.

한국스포츠경제는 포털 사이트 기사,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무작위로 악플 1000건을 선별, 구혜선이 어떤 면에서 대중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여러 비판 요소를 가진 댓글은 쪼개서 데이터화했다.

구혜선을 향한 악플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안재현 몰입형'이다. 현 남편인 안재현에게 감정을 이입해 "참고 산 안재현이 보살이었네", "내가 안재현이라도 이혼하겠다"는 등의 식으로 이야기한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체의 18.2%였다.

다음으로는 "궁금하지 않으니 SNS 그만 하라"고 하는 유형으로 전체 악플의 13.3%를 차지했고, 과거부터 있었던 허언증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 댓글이 12.9%, 구혜선을 '정신병자' 취급하고 병원에 가라고 종용하는 댓글이 10.9%였다. 구혜선의 외모와 성격, 재능을 헐뜯는 댓글은 각각 8.1%, 7.1%, 4.4%였다. 다른 이유 없이 그냥 "무섭다"고만 쓴 댓글도 7%나 있었다. 구혜선이 학창시절 친구들을 왕따시켰다거나, 원래부터 친구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구혜선이 집에서 이상한 행동을 찍은 영상이 있다더라는식의 루머를 만들어내는 글도 8건이나 있었다. 악플이 달릴 판을 제공하는 기자들을 비판하는 댓글들도 8.1%로 상당수 있었다.

사실 범법이 아니라면 개인이 자신의 SNS 계정을 이용해 어떤 활동을 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이혼 관련 내용도 아직 서로의 주장만 있을 뿐 법정에서 나온 내용이 없기에 제 3자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는데도 터무니없이 욕설(6.1%)을 하거나 성희롱(1.1%)하는 댓글들도 등장해 충격을 줬다.

구혜선의 SNS 폭로가 진지하게 비판을 받은 건 그가 안재현의 외도를 주장하면서 "현재 드라마를 같이 찍고 있는 배우와 그렇다더라"는 식의 글을 올린 이후. 특정 인물을 겨냥한 저격성 글로 보이고 본인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내놓지 못 했기에 위험한 발언이었는데, 오히려 이를 꼬집는 댓글은 2%로 무척 적은 수에 불과했다.

■ 정말 구혜선은 '거짓말쟁이'였을까

결과적으로 구혜선과 관련된 악플 가운데 실질적으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건 허언증 뿐. 그렇다면 구혜선은 왜, 언제부터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으로 인식되게 됐을까.

온라인에서 '구혜선 허언증'을 검색하면 쉽게 구혜선이 거짓을 말했다고 여겨지는 리스트를 적은 요약본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는 '100곡 넘게 작곡', '미술에 소질이 있어서 미술 쪽으로 진로를 잡았는데 돈 따지는 선생 때문에 탈락', '악기 연주 능숙', '시나리오 지어내는 능력 능숙', '대본 보고 캐릭터 잡는 능력 능숙', '눈의 시야각이 10% 넓어서 교정렌즈 착용', '어릴 때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뇌 사진을 찍었는데 우뇌가 좌뇌에 비해 거의 2배 정도 커', '구준표와 비슷한 남자 친구 사귀어'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 이 리스트에는 사실 관계가 쉽게 뒤집히는 내용들이 다수 담겨 있다. 첫 번째 항목인 '100곡 넘게 작곡'만 봐도 그렇다. 최근 '죽어야만 하는가요'라는 곡을 발매한 구혜선은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진 못 했을 지언정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오고 있다. 구혜선은 배우로 데뷔하기 전 걸 그룹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때부터 작곡을 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밝혔다.
문제의 '100곡 이상 작곡' 내용은 2009년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서 나왔다. 당시 구혜선은 "어릴 때부터 작곡해 놓은 곡들이 100곡 이상이 된다. 그 곡들에 가사도 붙여놓은 게 있다"고 했다. 그 해 구혜선은 자작곡 8곡이 수록된 소품집 '숨'을 냈고, 2017년에는 작사, 작곡한 음악 30곡을 담은 '구혜선 악보집'을 발매했다. 이 외에도 '갈색머리', '메리 미', '향기만 남은 화분' 등 많은 자작곡을 냈고, 2016년에 발매된 첫 번째 정규앨범 '그리고 봄'에서는 '골목을 돌면' 가사를 제외한 모든 곡의 멜로디와 노랫말을 썼다. 이 앨범엔 11곡이 수록돼 있다. 안재현과 이혼 소송 과정에서 낸 '죽어야만 하는가요'는 이 앨범에 수록됐던 것을 2019년 버전으로 재편곡한 것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신혼일기'에 수록된 연주곡 '겨울일기'와 노래 '좋은 날'도 구혜선의 곡이다. 배우, 작가 활동 등을 병행하면서 이 같은 왕성한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00곡을 썼다는 구혜선의 주장을 '허언'이라고 몰고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구혜선 싱글 '죽어야만 하는가요 2019' 재킷.

시나리오를 쓰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 역시 거짓으로 치부하기엔 구혜선에게 억울한 부분이 있다. '우수하다'고 정의할 때 어느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는지에 따라 구혜선이 시나리오 작가로서 '우수하지는 않다'라는 의견이 나올 수는 있지만, 구혜선은 시나리오집 '마리이야기&미스터리 핑크'를 낼 만큼 다수의 작품을 집필한 작가다. 지난 해 개봉한 '딥슬립' 역시 구혜선이 각본, 감독, 제작, 음악, 편집까지 맡아 한 작품이다. 구혜선은 시나리오 집필에 대해 2007년 월간페이퍼와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는데, 당시 "시나리오를 실제 연출자들에게 보여줘 봤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좀 난해한 작품들은 아무도 연출을 못 하겠다고 하는데 좀 대중적인 내용의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니 그런 작품은 다른 연출가에게 맡겨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듬 해인 2008년 '유쾌한 도우미'가 구혜선이 처음으로 제작과 연출을 맡았던 단편 영화이며, 이 작품은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이 인터뷰 내용에서 또 다른 허언증 논란이 파생됐는데, '어릴 때 피겨스케이팅 유망주였다'는 것이다. 실제 구혜선은 인터뷰에서 "몸치는 아니지만 어릴 때 스케이트를 타다 크게 다친 적이 있어서 지금은 스케이트를 못 탄다. 그래서 김연아 선수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가 메달을 땄을 때 그걸 보면서 울면서 혼자 와인으로 축배를 들었다. 가끔은 내가 간절히 스케이트를 하고 싶어 했으면 저 사람처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누리꾼들은 "구혜선이 스스로를 피겨 스케이팅 유망주라고 칭했으며, 구혜선은 김연아 경기를 보며 와인으로 축배를 든단다"는 식으로 왜곡해 조롱했다.

'악기 연주 능숙'에 대한 부분은 진위 확인이 무척 어려웠다. 구혜선이 자기 입으로 "악기 연주에 능숙하다"고 했던 발언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 이 같은 말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추적하다 2010년 구혜선이 자신이 연출한 첫 장편영화 '요술' 개봉을 기념해 '요술밴드'를 결성하고 홍대 인근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때 구혜선은 기타를 연주했는데, 이 버스킹이 '악기 연주 능숙'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계기 아니었을까 싶다. 구혜선은 이 버스킹을 위해 기타 연주를 열심히 했는데, 이 때 거리에서 팬들에게 기타 연습으로 물집이 잡힌 손을 들켰다. 구혜선은 "물집이 잡힌 건 연주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못하는데 자꾸 하니까 손이 망가진 것"이라고 했다. 이 내용은 Mnet '구씨네'에서 방송됐다.

구준표와 닮은 남성이 자신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구혜선이 2009년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서 직접 한 것이다. 구혜선은 방송에서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닐 때 싸움을 잘하던 남학생이 있었다. 그 남자애가 좋아하는 여자를 지목하면 전교생이 그 아이에게 모두 잘해줬다. 그 남자애가 어느 날 나를 지목했다. 그 친구는 곱슬머리였다. 최근에 '꽃보다 남자'를 하며 그 남자애가 많이 기억났다"며 KBS2 종영극 '꽃보다 남자' 속 구준표와 싱크로율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Y STAR 예능 프로그램 '그것이 궁금타'에서는 '구혜선의 진짜 구준표를 찾아서'를 기획, 이 남성을 직접 찾아나섰다. '곱슬머리'와 '싸움짱'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찾은 결과 그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전화 연결을 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남성은 "'해피투게더3' 그것 때문에 전화하셨느냐"고 물으며 방송 내용의 주인공이 자신이란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개인사정으로 인터뷰는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구혜선과 이 남성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으며, 당시 담임 교사는 "운동도 잘하고 인기가 많은 아이였다. 교사인 내가 봐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구준표보다 낫다고 본다"고 증언했다. 남성의 고등학교 담임 역시 "굉장히 리더십이 있고 멋있는 친구였다. 소위 학교에서 논다는 아이들도 이 아이 말은 다 들었다. 아마 구준표도 그런 건 못하지 싶다"며 구혜선의 말에 신빙성을 높였다.

구혜선의 악플에 대한 이야기는 오는 26일 공개되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사진=OSEN, 구혜선 인스타그램, Y STAR 방송 화면 캡처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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