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가수 에릭남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영어 앨범을 들고 컴백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라 영어에 더 익숙한 에릭남은 한국어 앨범 때보다 오히려 더 자유자재로 음악의 감정선을 가지고 놀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오랜 소망이었던 영어 앨범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 에릭남. 동아시아 뮤지션들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미국 팝 시장에서, 이제 에릭남이 K팝의 경계를 넘어 누구도 가지 못 했던 발걸음을 내딛었다.

-첫 영어 앨범 '비포 위 비긴'을 냈다. 어떤 기분인가.

"앨범 발매를 할 때마다 한 편으로 되게 후련하다. 오랫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다 보니 드디어 탄생했구나 싶어 설레고 후련하기도 하고. 처음으로 영어 앨범을 낸다는 의미도 있고.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해야 될까 그런 느낌이 강하다. 목표나 그런 거대한 건 없지만 많이 설레고 많은 분들이 들어줬으면 한다."

-영어 앨범을 낸 이유가 있을까.

"가수를 하기로 했을 떄부터 목표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수, 연예인이 돼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을 얻는 것이었다. 음악적으로는 외국에서도 많이 활동하고 성공할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내 팬 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데뷔 때부터 영어 앨범을 준비했고, 작업도 꾸준히 해 왔다. 요즘은 외국에서 K팝에 관심을 많이 갖고 크게 열려 있어서 지금 시기가 제일 좋다고 판단했다. 더 늦어지면 정말 너무 늦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어로 노래하는 건 한국어로 할 때와 무엇이 다른가.

"나한테는 영어로 노래하는 게 훨씬 편하다. 한국어를 할 때는 발음, 감정 같은 것들을 분석하고 전달하는 걸 계산하기도 한다. 신경쓰이는 게 많아서 자연스럽게 나온다기 보다 약간 기계적인 느낌도 있고. 이번에 처음으로 작업하면서 하고싶은대로 내추럴하게 녹음을 했다. 훨씬 수월하고 편한 작업이 됐던 것 같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미국 시장보다 한국에서 데뷔한 이유는?

"한국에서 가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무척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에서만 내게 기회를 줬던 것 같다. 특히 내가 데뷔했을 시절에는 동양인들이 미국 방송에 나올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음악은 더더욱 그랬다. 생각해 보면 아직도 미국에서 뜬 동양인 가수가 없지 않나. 나는 그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큰 임팩트를 주는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는 동양인이 없다는 건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굳이 톱 스타는 안 되더라도 조금씩 그쪽에서 활동을 하면서 이런 문화를 계속 바꾸려고 할 거다. 그런 희망적인 생각으로 도전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프레스 투어를 한 것으로 안다. 어땠는지.

"여러 매체들과 인터뷰를 했고 쇼케이스도 했다. 내가 '팝 시장에 동양인이 없다'고 하면 다들 '아, 그러네. 동양인이 없구나'라고 하면서 되게 미안해하더라. 그래서 더더욱 응원을 해주는 것 같고 여러 기회들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또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많은 K팝 스타들이 미국에서 K팝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나 같은 솔로 가수에게도 이렇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아닌가 싶다."

-미국 국적의 가수가 영어로 노래를 한다. 그런데도 '비포 위 비긴'을 K팝 앨범이라 할 수 있나.

"K팝은 나와 뗄 수 없는 브랜드인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K팝을 하면서 가수가 됐기 때문이다. 확실히 아직은 미국에서 'K팝'이라고 하면 멤버 수가 많고 머리가 형형색색인 그런 화려한 그룹을 떠올린다. 그래서 나를 봤을 때 미국 시장에서도 역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이번 활동의 목표는 K팝 안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많은데 지금 당장 보여지는 게 그룹일 뿐이라는 걸 알리는 거다. K팝의 깊이와 폭을 알려드리고 싶다. 물론 내 음악이 K팝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그냥 그보단 팝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이게 에릭남 노래라는 걸 모르는 어떤 외국인이 들었을 땐 그냥 자연스럽게 팝이라고 느껴지길 바란다. 그런데 내가 바란다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여전히 이 앨범은 세계 여러 K팝 차트의 순위권에 들어가 있다. 그러니까 듣는 사람들이 이 앨범을 K팝이라고 한다면 K팝인 것이고 심플하게 팝이라고 느낀다면 또 그냥 팝인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목표가 있을까.

"음악의 장점은 국경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데스파시토'도 무슨 말인지 몰라도 다 흥얼거리고 춤추고 신나게 놀아주지 않나. 언어의 장벽이 음악에선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그만큼 음악을 듣는 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차트에 보면 팝송들이 진짜 많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내 노래를 더 듣게 만들 수 있을지, 그 어필점을 찾는 게 내 숙제인 것 같다."

사진=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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