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9개 항공사로 너무 커진 업계 구조조정 필요성도 언급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9일(현지시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중심의 항공산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국내 1위 항공사 자리를 지키기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 아시아나 항공이 새 주인을 맞는 등 국내 항공업계 불어 닥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응 의지를 굳건히 한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9일(현지시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중심의 항공산업에 주력하겠다면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함께 밝혔다.

조 회장은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미래 사업구상에 대한 질문에 "항공운송과 관련된 사업 외에 관심이 없다. 대한항공이 주축이고 그것을 서포트(지원)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금 경영환경이) 있는 것 지키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대한항공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전체적으로, 거꾸로(오히려) 정리할 것이 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항공운송과 제작, 여행업, 호텔 등이 (핵심사업에) 포함되고, 그 외에는 별로 생각이 없다"면서 구조조정 대상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 것은 없지만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죠"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개혁이나 긴축경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연말 내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내년에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관계 등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국내 환경도 어수선하고 내년 성수기 걱정을 상당히 하고 있다"면서 "비용 절감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국내 항공사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도 밝혔다. 저가항공사(LCC)를 포함해 9개가 있는데 너무 많다는 얘기다.

최근 항공업계의 위기는 일본 불매 운동으로 인한 영향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지방공항 중심의 수요 정체, 공급 과잉 등의 문제가 꾸준히 거론돼왔다.

국토교통부는 소비자 편익 증가를 내세워 올해 3월에만 3개의 신규 LCC에 국제항공운송면허를 발급해줬다. 국내 항공 시장의 규모와 성장성 등을 감안하지 않은 무분별한 신규 LCC 허가가 항공업계의 출혈 경쟁을 부추겼고, 국적 2위 항공사가 매각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영향과 관련해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며 "대한항공도 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해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책으론 비용구조 개편을 꼽았다. 대한항공의 흑자전환 시점을 묻는 질문엔 "항공업이 경기보다 6개월 선행한다"며 "2021년초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2118억원(별도기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에 대해 조 회장은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한번 겪어봤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진칼의 3대주주로서 조 회장 측의 백기사(우호주주)로 알려진 미국 델타항공과 관련, 그는 "우리와 지분 매입을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도 "경영권 참여 목적은 전혀 아니고, 반기를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현재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합작법인)을 운영 중이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다. 이어 사모펀드 KCGI(15.98%), 미국 델타항공(10.00%), 반도(5.06%)의 순이다.

아울러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등을 조 전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회장을 비롯한 3남매가 법정 상속 비율인 1.5대 1대 1로 나눠 상속한 것과 관련,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면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내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Korea Society·회장 토마스 번)는 올해 '밴 플리트' 상 수상자로 고 조양호 전 회장과 미 보잉사를 선정했으며, 조 회장은 20일 맨해튼에서 열리는 수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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