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경제학] 글로벌 겨냥하는 K팝의 스토리텔링
[연예경제학] 글로벌 겨냥하는 K팝의 스토리텔링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9.11.21 01:00
  • 수정 2019-11-20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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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CI.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열일곱 번째 순서로 K팝의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엔터사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돌고 돌아 순정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국내 굴지의 엔터사들의 사업 확장을 바라보면 '결국은 순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외식, 스포츠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펼쳐나갔던 국내 엔터사들이 최근 자신들의 본래 콘텐츠인 K팝에 다시 주력하고 있다. 특히 K팝 가수들이 가진 독창적인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들은 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구미를 당길만큼 매력적인데. 무대를 넘어 다양하게 변주되는 K팝을 살펴보자.

■ 부업 접고 본업에 집중하는 기획사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파는 상품은 사람이 베이스가 된다. 어떤 무대도 그것을 부르고 연주하는 사람이 없이는 올려질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장을 가동시키면 꾸준히 생산되는 일반적 재화와 달리 K팝 콘텐츠들은 언제든 콘텐츠 생산이 중단될 잠재적 위기를 안고 있다. 당장 뮤지션이 퍼포먼스를 하다 다쳐 미리 잡힌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 할 수도 있고 연예인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팬들이 보이콧을 선언할 수도 있다.

이런 선천적인 약점을 극복하고자 여러 엔터사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는 올 초 멕시코 음식 전문 브랜드 토마틸로코리아를 인수할 정도로 외식 사업에 열심이다. 이 외에 영상 콘텐츠 제작과 여행 등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CI.

YG엔터테인먼트도 사업 다각화의 대표적인 예다. 빅뱅, 투애니원, 위너 등을 키우며 엔터테인먼트에서 성공을 일군 YG엔터테인먼트는 이후 다양한 자회사를 설립해 화장품, 골프, 외식, 프로그램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계열사만 무려 17개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결과가 모두 좋았던 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만 해도 지난 여름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으로부터 SM USA 산하 자회사와 F&B 매각 혹은 청산 등의 요구를 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에 대해서는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대신 갤럭시아에스엠에 대해서는 지분 매각을 검토했다. 갤럭시아에스엠은 한 때 '김연아 소속사'로 이름을 회사다. SM엔터테인먼트가 효성그룹 총수 일가와 함께 설립한 상장사로 스포츠 매니지먼트, 마케팅, 스포츠 중계권판매 및 컨설팅 등 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와 달리 실적 부진에 오랜 기간 시달려왔다.

갤럭시아에스엠 CI.

YG엔터테인먼트의 사정도 비슷하다. 코드코스메 인터내셔널, YG푸즈의 반기 순이익은 각각 -25억 원, -32억 원으로 좋지 않았다. YG인베스트먼트의 반기 순이익 역시 -7억 원에 불과했다. 이런 흐름과 임대료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 9월 YG리퍼블릭 명동점이 폐점했다. 이곳은 YG푸즈가 YG엔터테인먼트의 문화적 자산과 식음료사업 노하우를 결합해 만든 복합외식문화공간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들 사이에서는 "본업에 집중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엔터사들 역시 사업 다각화의 방향을 본업 위주로 돌리고 있다.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FNC스토리를 자회사로 둔 FNC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 제작으로 손을 뻗은 쇼박스, 뉴 등의 배급사들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 음악·무대가 전부? 새롭게 태어나는 K팝 콘텐츠

K팝 콘텐츠의 확장도 주목할만 하다. 기존에는 음반과 공연이 콘텐츠의 전부였다면 이젠 K팝과 아티스트들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K팝의 특징은 다인원 그룹만이 할 수 있는 군무와 화려한 스타일링, 그룹별로 있는 세계관이다. 예를 들어 인원 수를 정확히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하게 재조합되는 NCT나 엑소 플래닛에서 온 우주인 설정인 엑소 등이 있다. 이 같은 독특한 스토리텔링은 K팝이 무대 밖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최첨단 몰입형 미디어 스튜디오로 손꼽히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사의 인텔 스튜디오와 협업해 첨단 콘텐츠를 공동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인텔 스튜디오가 함께 만들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는 대규모 볼륨메트릭 캡처 기술과 상호작용 콘텐츠, 증강현실 기술을 K팝의 스토리텔링과 결합한 것이다. 이 첨단 콘텐츠의 프로듀싱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여러 굴지의 아이돌 그룹들을 탄생시킨 이수만 프로듀서가 맡기로 했다.

이수만(왼쪽) 프로듀서와 인텔 스튜디오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디에고 프리러스키.

첫 번째 협업 프로젝트로는 최근 북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NCT 127의 '이머시브 미디어 360: NCT 127 - 슈퍼휴먼'이다. 이 콘텐츠를 통해 팬들은 원하는 방향 어디에서나 360도로 NCT 127의 무대를 즐길 수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문화 기술이 창조해낸 세계적인 콘텐츠와 세계적 기업인 인텔 스튜디오의 첨단 기술이 만나 K팝을 사랑하는 전 세계의 팬들에게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 한 전혀 새로운 콘텐츠를 선사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프로듀서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CI.

명실공히 글로벌 그룹으로 우뚝 선 방탄소년단을 보유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한다. 지난 상반기에만 이미 2001억 원의 매출을 달생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내년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국내 유명 드라마 제작사와 방탄소년단 세계관에 기반한 드라마를 제작하며, 게임 회사 넷마블과 함께 방탄소년단의 스토리텔링 IP(지적재산권)를 활동한 신작 게임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다.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그리는 IP 사업의 핵심은 아티스트를 통해 생성된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이를 영속적인 브랜드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발언하는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지금까지 K팝 콘텐츠들은 게임이나 캐릭터 산업 등에 활용될 때도 단순히 IP만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단발성이었고 뮤지션들의 세계관을 콘텐츠에 제대로 녹이지 못 했다는 평가도 잇었다. 직접 작가와 시나리오를 개발해 방탄소년단의 스토리를 드라마에 제대로 녹이겠다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구상은 K팝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린 새로운 콘텐츠들이 안정적으로 탄생할 날을 예감케 한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