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데뷔 후 15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이승기가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이승기는 최근 종영한 SBS '배가본드'에서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조카를 잃은 액션배우 지망생 차달건으로 분했다. 첫 액션연기였지만 긴장감 있게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승기는 "액션 연기는 70-80% 직접 소화했다. 대역을 쓰면 앵글을 다양하게 잡을 수 없겠더라. 그래서 한 번 해보자 했던 것 같다"고 액션 연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 종영 소감부터 이야기해 보자.
"정말 오랜 시간 찍었던 작품인데 무탈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가운데 종영을 맞이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 사전제작이었는데 어땠나.
"사전제작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촬영을 하고 5-6개월 뒤에 보니까 시청자의 마음으로 봤다. 오래 전이라 촬영했던 기억이 잘 안 나니까 다음화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사전제작의 매력인 것 같다. 충분한 시간을 통해서 가장 좋은 편집으로 방송되니까 조바심도 덜했다"

- 피드백을 바로 볼 수 없다는 단점도 있을 것 같은데.
"피드백을 반영하더라도 장치 정도를 바꿀 뿐 인물을 아예 다르게 설정하거나 이야기의 축을 바꾸는 건 힘들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감독, 배우가 하나의 이야기를 하기로 한 출발에서 끝을 마무리 하는 게 맞다. 단점보다는 시청자 분들께 양질의 퀄리티를 제공하고 배우들에게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

-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의 이미지였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이승기한테 액션도 잘 어울리네 하는 큰 선물을 받았다. 운동도 좋아하고 액션도 좋아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재밌어서 하게 됐다.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의 공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집중력 있고 다이나믹하게 하니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수준의 액션이 많이 나오고 나도 모르게 재능을 발견한 것 같다. 몸 쓰는 거나 달리는 거.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더 넓어진 느낌이다"

- 가장 맘에 드는 씬은 뭐였나.
"1부에 추격씬이 있다. 계속 달리다가 차에 떨어지는 씬인데 워낙 길게 달려야 하니 찍기 전부터 리허설 포함해 8번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힘들게 찍었는데 막상 방송 분을 보니 평소 좋아하는 영화 '본' 시리즈처럼 나왔다. 만족스러웠다"

- 액션 준비는 어떻게 했나.
"드라마 하기 전에 프리 프로덕션처럼 모든 배우들과 함께 2달 전부터 연습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꼭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들도 이 배우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다. 그래서 촬영할 때 못할 거 같다고 말해도 할 수 있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하네스 입고 액션을 하고 있더라. 그렇게 액션을 소화했다"

- 앞으로도 액션연기에 도전할 생각인가.
"액션연기도 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따라서 복수하는 것일 수도 있고 히어로물처럼 될 수도, 미션 임파서블처럼 전문적인 액션이 될 수도 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베이스의 액션이라면 안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배가본드'를 하고 나서 지금까지 받지 않았던 결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 액션은 물론이고 무거운 역할, 군인 역할도 들어온다. 이게 '배가본드'로 인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데뷔한지 15년인데 다른 이미지가 더해지기 힘들지 않나. 이 작품 때문에 새로운 이미지를 얻은 것 같다"

- 못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다 잘한다는 이미지가 부담스럽진 않은가.
"사실 이제는 잘하지 않으려고 한다. 15년 동안 무의식적으로 난 잘해야 하고, 책임감 있어야 하고, 지치면 안 된다고 세뇌시켰다. 채워야 하는 시기인데도 그냥 달렸다. 그러다 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내 마음처럼 잘 안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엔 그냥 잘하지 않으려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한 분야만 하는 사람들도 힘든데 내가 여러 가지를 하면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냥 즐기려고 한다"

- 드라마 초반에는 예능도 같이 하니 한 채널에 5일 나왔는데.
"부담이 있었다. 예능이나 드라마에 따라서 이미지는 조금씩 바뀔 수 있지만 목소리는 하나이지 않은가. 계속 내 목소리만 나가면 신선함이 사라질 것 같았다. 긴장감도 떨어질 것 같고. 그런 부분이 가장 걱정됐다. 그래도 '배가본드'는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시작을 하는 드라마니까 톤이 똑같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 같다"

- 예능에 드라마까지 하려면 체력적으로도 힘들지 않은가.
"데뷔 이후 가장 힘들었던 스케줄이었다. 체력적으로 부담도 많이 되고 해외 촬영도 많아서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거의 약으로 버텼다. 공진단 먹고 병원 가서 비타민 처방도 받고"

- 원래 일 욕심이 많은 편인가.
"일 욕심이 많기도 하고 많이 찾아주시기도 해서 일을 꾸준하게 해온 것 같다. 그런데 확실히 일 욕심이 많긴 하다. 여러 제안들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은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리틀 포레스트'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예능은 어떤가 하는 마음에서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 가수로 데뷔해서 연기에 예능까지 하고 있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정체성은 뭔가.
"이미 쌓아온 것이 올라운드의 길로 걸어온 것 같다. 이제 와서 다른 건 안하고 하나만 할래요 하는 건 이상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내가 좋고 이런 게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만 30대가 되고 나니 조금 더 깊이 있게 하고 싶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예를 들면 어떤 준비인가.
"내 생각에 예능은 취미처럼 해야 하는 것 같다. 책임감은 놓지 않되 놀 듯이 가볍게 해야 하고 연기는 힘이 풀려 있어야 한다. 아, 노래도 마찬가지다. 잘하려고 하다 보면 힘이 많이 들어가서 오히려 어색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준비는 많이 하고 힘은 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 돌이켜 보면 15년 동안 쉬질 않았다. 번아웃 된 적은 없었나.
"딱히 번아웃이 됐다고 할 수 있는 시기는 없는데 아마 번아웃이 되긴 했을 거다. 그런데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아직 아닐 거야 라고. 지금까지 일 한 양을 보면 거의 20년 차 이상보다 더 많은 스케줄을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번아웃이 되도 이상하지 않은데 왠지 모르게 번아웃을 인정하면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엔 확실히 몸이 무리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를 빨리 인정해야 할 것 같다"

- 앞으로는 조금 쉴 계획인가.
"올해는 얼마 안 남았으니까. 2020년엔 조금 쉬어가고 싶다. 쉰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려고 한다. 그 동안 인풋(in-put)보다 아웃풋(out-put)이 너무 많았다. 조금 더 채운 후에 다른 도전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이 많아 보인다. 청년 이승기의 고민은 무엇인가.
"나의 40대, 50대를 그려보고 있다.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들. 전에는 다 할 수 있고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잘할 수 있는 것과 욕심 내도 도달하지 못하는 걸 구분해 보려고 한다. 앞으로 가정도 꾸려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답이 없으니까. 내가 사람 이승기로,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어떤 준비를 하고 배워야 하는가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

- 그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이승기는.
"감사하게도 별 탈 없이 잘 왔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건 내 능력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획한대로 안전하게 탄탄대로는 아니지만 돌아보면 내가 채우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잘 걸어왔다. 이제는 그런 걸 조금 비워내면서 내 안에 있는 건 채우고 주워 넣어 다시 가고 싶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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