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또 한 명의 스타가 세상을 떠났다. 카라의 충원 멤버로 2008년 가요계에 데뷔, 연기자 겸 솔로 뮤지션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구하라. 절친한 사이였던 설리가 세상을 떠난 지 고작 1개월 여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두 사람에게는 평소 친한 사이였다는 것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중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스타였다는 것. 구하라가 세상을 떠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서 '댓글', '악플'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여기에 논란을 조장하고 키우는 식의 보도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우울증마저 논란이 되다

안타까운 점은 고인이 생전 여러 차례 정신적으로 고통을 앓고 있음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황들이 오로지 논란으로 소비가 됐다는 점이다.

구하라는 이미 지난 5월 한 차례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 당시 생명은 건졌지만 다음 달인 6월 구하라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악플에 선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고백했다. 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구하라는 "당신도 우울증일 수도 있다는 걸, 아픈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아픈 마음 서로 감싸주는 그런 예쁜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라고 썼다. 또 "연예인 그저 얻어 먹고 사는 사람들 아니다. 그 누구보다 사생활 하나하나 다 조심해야 하고 그 누구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 하는 고통을 앓고 있다. 얘기해도 알아줄 수 없는 고통"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은 대중에게 노출된 장소에 가면 자신들을 '약자'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시비에라도 걸리면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또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믿고 이야기한 내용을 폭로 당해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연예인의 관계자는 "주변에서 도와주고 싶어도 그러기 힘들다. 워낙 어릴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 사람들에게 당하고 치인 기억이 많아 쉽게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연예인은 2, 3명 정도의 아주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터놓고 이야기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그렇게 하는 걸로 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당사자는 괴로움을 표현하지 못 하는 답답한 상황 속에 있었을 테지만 세상은 냉담했다. 우울증을 고백한 지 2주 가량 지났을 무렵 구하라는 일본 방송에서 무대를 가졌다. 이 때 의상이 내려가며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구하라는 프로답게 대처해 박수를 받았다. 이 일이 국내에서 기사화됐고, 의상이 내려가는 절묘한 장면을 캡처한 사진과 영상들이 돌아다녔다. 설리가 세상을 떠난 뒤 라이브 방송을 켜 눈물을 흘렸을 땐 "방송 켜고 우는 건 쇼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악플이 달렸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뒤에는 단순한 SNS 사진 한 장을 실은 기사에도 '우울증 근황', '우울증 극복'과 같은 제목이 쉽게 달렸고, 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내용을 제목에 자세히 서술한 기사들도 나왔다.

■ 논란 조장·악플 자제해야

우울증마저 논란이 됐던 안타까운 구하라의 상황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었다. 구하라는 카라에서 탈퇴한 뒤에도 연기자, 방송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했고, 일본에서도 화보 촬영, 신보 발매, 공연 등을 펼치며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대중이 기억하는 구하라는 전 남자 친구와 다툼, 극단적 선택, 우울증, SNS 등 뿐이다. 가수 겸 배우로서 구하라의 활동을 더 짚어줘야 했던 언론의 태만과 선정적 저널리즘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볼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라도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언론은 본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센세이셔널리즘을 지양해야 하고, 대중 역시 생전 고인이 몇 차례나 호소했던 악플에 대한 피해를 인식하고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가수협회의 경우 지난 6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가수들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비난이 이는 포털 사이트에 대해서는 전 회원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가수들을 상대로 한 근거 없는 비난 등 악의적인 공격에서 회원들을 지키는 일에 모든 것을 걸 것을 결의했다. 협회 내에 정신건강 상담 및 피해 신고 센터를 개설하고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등 협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런 노력이 대한가수협회 내에 그치지 않고 연예계 전반으로 퍼져나가야 한다. 회사가 소속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 순 없겠지만 상담 창구를 마련하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스포츠경제 DB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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