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성인 80% 허리통증 앓아…‘심혈관 질환’ 예방 노력해야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허리통증은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가장 흔한 통증으로 성인의 약 80%가 허리통증을 한 번 이상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경우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흔하지만 심각한 증상인데, 만성 허리통증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허리통증으로 정의한다. 이런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과 이에 대한 치료가 중요하다.

◇ 허리통증, 어떻게 분류할까

민홍기 교수

허리통증은 지속기간에 따라 급성(4주 미만), 아급성(4~12주), 만성 요통(12주 이상)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통증의 발생 양상이 급성으로 생긴 경우와 서서히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급성의 경우 주로 외상으로 인한 척추 골절이나 척추 간판 탈출증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강직성척추염, 건선관절염, 반응성관절염을 포함하는 척추관절염 등의 염증성 관절염에서는 특별한 외상의 기왕력 없이 서서히 진행하는 양상을 띤다.

척추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허리통증이 시작된 시기를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통증의 지속기간, 통증의 발현 양상도 허리통증의 원인을 감별하는데 중요하다. 그 외에도 다리로 전기가 통하는 듯한 양상의 방사통(Radiating pain)이 동반되는지, 발열 등의 전신 증상이 있는지, 오래 걸은 후 생기는 통증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허리통증의 감별 진단에 중요하다.

◇ 허리통증 감별을 위한 검사항목

척추관절염은 전신 염증성 관절염으로 관절의 염증뿐만 아니라 관절 외의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대표적인 관절 외 증상은 피부의 건선, 안구의 포도막염, 위장관의 염증성 장 질환, 아킬레스 건염 등의 부착부염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동반된 환자에서의 허리통증은 다른 원인보다 척추관절염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소견이 척추관절염을 진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학적 검사로는 쇼버 검사(Schober test)가 요추의 유연성 저하를 확인할 수 있으며, Patrick’s test로 고관절의 이상을 검사할 수 있다. 다만 척추관절염 외의 허리통증에서도 상기 이학적 검사 결과에서 이상소견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학적 검사는 척추관절염 진단에 결정적인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척추관절염은 전신 염증성 관절염으로 급성기 반응물질인 C-반응단백질(C-reactive protein)과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가 상승한다. 이에 반해 퇴행성관절염, 척추 골절, 척추 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등에서는 이러한 급성기 반응물질이 상승하지 않는다. 또한 척추관절염의 발병 및 병인에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조직적합항원 유전자인 HLA-B27이 척추관절염 환자의 80~90%에서 양성으로 나온다. 따라서 허리통증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ESR, CRP, HLA-B27 등의 혈액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허리통증은 통증의 원인이 되는 관절을 파악하기 위해 대개 요추와 천장관절의 단순 X선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 척추 골절, 척추전방전위 등의 기계적인 원인이 있는 허리통증은 단순 X선 영상에서 골절이 보이거나 척추의 위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척추관절염의 경우 기본적으로 천장관절의 염증이 동반 되어야하며, 이는 천장 관절 단순 X선 영상에서 골의 미란, 골 유합, 연골하 경화 등의 구조적인 변화를 보이고, 척추에서 비정상적 골극(Syndesmophyte)이 관찰될 수 있다.

천장관절의 단순 X선 영상에서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지만 척추관절염이 강력히 의심될 경우에는 천장관절의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시행하여 천장관절염의 초기 염증 변화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핵의학검사인 뼈스캔을 통해 천장관절 또는 척추의 염증성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척추관절염 진단에 도움이 된다.

척추관절염의 경우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NSAID)를 복용할 경우 1~2일 사이에 허리통증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통해 척추관절염에 대한 근거를 얻기도 한다. 신경 압박이 동반되어 있는 척추 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에서는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만 복용하여 완화되지 않을 수 있고, 신경통 증상이 잘 동반되기 때문에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의 신경통 약물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 척추 관절염의 치료와 예후는?

허리통증의 원인 중 젊은 나이의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염증성 관절염이 척추관절염이다. 이전에는 강직성척추염이라고 했으나, 이후 단순 X선 영상은 정상이지만 자기공명영상에서 천장관절의 염증성 변화가 동반되어 있는 초기 질병까지 포함하는 척추관절염으로 진단 기준이 개정됐다.

척추관절염의 치료는 단기적으로 관절통을 호전시키는데 있고, 장기적으로는 척추 관절의 유합과 심혈관 질환 등 만성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있다. 첫째로 관절통을 호전시키기 위해 일차적으로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를 사용한다. 많은 척추관절염 환자에서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가 효과적이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통증 조절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환자에서는 생물학적 제제인 종양괴사인자 알파 억제제나 인터루킨-17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보다 생물학적 제제가 통증 조절에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는 결핵 재활성화, 감염 위험성 증가, 주사 부위 통증, 전신 근육통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어 사용 시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환자도 충분히 이해하고, 생물학적 제제를 시작한 이후에도 이러한 부작용이 동반될 경우 적절히 검사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

민홍기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결핵의 위험도가 높은 지역이라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 전에 잠복 결핵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척추관절염 환자의 장기적 예후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축성 관절, 특히 척추의 유합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척추가 유합될 경우 대나무 모양의 척추(bamboo spine)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척추의 운동성이 저하되고 삶이 질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 정상적인 일상생활,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민 교수는 "척추 유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연이 제일 중요하며, 그 외에도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여 염증을 지속적으로 억제시켜야 한다. 또한 척추가 유합되기 전이라도 정상적인 척추 만곡이 소실되어 거북 목 형태의 자세 변화가 생길 수 있으니 평소 스트레칭 등을 통해 이를 예방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척추 관절염을 포함한 염증성 관절염 환자에서는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다른 질환들(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대사 증후군 등)이 있는지 검사하고, 이러한 질환이 동반됐을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하여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아울러 "적절하게 운동을 하는 것이 좋고, 대개의 경우 유연성을 유지하는 운동,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추천된다“며, ”기계적 하중을 주는 운동은 척추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고, 척추 유합이 더 잘 진행될 수 있어 추천되지 않으며, 척추 유합의 정도, 질병 진행 정도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성익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