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은행과 카드업 종사자들이 신용카드 발급 실적을 위해 서로 상대사 신용카드를 신규 발급받는 ‘품앗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카드 발급 후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논란도 나오고 있다.
26일 직장인들의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를 보면 '카드 교환하실 분' '카드실적 교환할 분'이라는 제목의 글들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금융종사자 그룹에 등장한 글로, 신용카드 신규 발급을 '품앗이'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H금융사 소속이라는 한 글쓴이는 "카드 교환해요"라며 "하나, 삼성, 농협, 현대카드 보유 중입니다. 다른 카드 발급 가능해요. 카드 교환 쪽지 주세요"라고 적었다.
N사 근무자도 "카드교환하실 분 계신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K사 소속이라는 누리꾼은 "쪽지 주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해당 앱은 철저하게 익명성이 보장된다. 신규 회원 가입시 활동명을 적게 돼 있는데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하는 닉네임을 권장한다'는 주의글이 뜬다. 또 소속을 표기하게 돼 있지만 대부분 자신의 근무지와 전혀 상관없는 금융사로 등록, 개인정보를 속여 가입하는 편이다.
◆ 카드 아닌 보험이나 실적 관련 교환도 가능
'블라인드'에는 대부분 카드 발급과 관련된 글이 올라온다. 그러나 카드 발급 외에도 보험 등 실적이 필요할 경우 교환이 가능하다는 글도 있다.
아이디 '냥뇽냥'은 "실적 교환 하실 금융권 종사자 계신가요"라면서 "저는 1만5000원 연회비 신용카드 신규 3좌가 절실히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해지 후 2년 경과여야 신규발급으로 분류된다는 설명도 더했다.
이어 자신은 롯데·현대·신한·NH농협·하나카드 미보유 중임을 알리면서 "혹은 다른 업종에서 무언가 실적이 필요하신분! 말씀 나눠보고 교환할 수 있으면 해요"라고도 했다.
또 자신이 소속된 카드사 신규 생각 중이라면 사은품과 연회비를 챙겨준다고 덧붙였다.
카드 실적 교환이 반드시 되는 것은 아니다. 자사 카드 발급 후 '나몰라라'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디 '짜즈우ㅠㅠ'는 "글쓴이에게 K사 카드 발급했는데 이 분은 제거 발급 안하고 잠수 타심"이라고 글을 달았다.
◆ 실적 중시의 근무 환경에 카드 발급 미달시 진급 누락 걱정
이런 글들이 올라오는 이유는 실적을 중시하는 금융권 근무 환경 때문이다. 카드업권은 당연히 신용카드 발급좌수가 중요하다. 매월, 분기, 반기, 연도별 실적이 체크된다.
은행권도 예·적금 판매 실적 외에도 방카슈랑스 등 보험과 신용카드 개설 실적이 인사 고과에 반영된다. 인사 고과는 곧 진급과 직결되기 때문에 금융권 종사자들이 품앗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은행권 종사자는 "은행 창구 업무 외에 신용카드 발급이나 방카슈랑스 판매는 개인 실적으로 포함돼 연말 보너스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어떤 지점에서는 카드를, 어떤 지점에서는 투자상품 판매를 독려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성취를 목표로 영업에 매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도 '블라인드' 앱에 가끔 들어가 본다"며 "익명성이 강하기 때문에 소속까지 속여 먹튀 논란도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권혁기 기자 khk02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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