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베트남이어 인니까지 '씽씽'... 동남아에서 오세아니아까지 교두보 확보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사진=현대자동차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정의선표 남방정책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1조8000억여원을 투자해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의 첫 공장으로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동남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낙점을 찍으며 ‘게임체인저’로서 쾌속질주를 잇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26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대차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투자비는 2023년까지 제품 개발 및 공장 운영비를 포함해 15억5000만달러(한화 약 1조8230억원)가 투입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면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아세안 지역 발전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브카시시(市) 델타마스 공단에 들어선다. 부지 면적은 약 77만6000㎡다. 델타마스 공단에는 이미 일본 자동차사인 스즈키와 미쓰비시가 진출해 터를 잡았다.

현대차는 다음달 착공식을 하고 2021년 말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해 연간 15만대 규모의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향후 최대 생산능력은 25만대로 계획했다.

생산 차종은 아세안 전략 모델로 신규 개발하는 'B-SUV'(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와 'B-MPV'(소형 다목적차량) 등이다. 현대차는 향후 아세안 전략 모델로 개발하는 전기차 생산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외 완성차 생산과 별도로 연간 5만9000대 규모의 'CKD'(반제품 조립) 수출도 계획 중이다.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는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할 예정이다. 호주, 중동 등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대차는 동남아시장에서의 공유서비스인 그랩과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사진은 오른쪽부터 정의석 수석부회장과 앤서니 탄. 사진=현대차

정의선 “인도네시아는 매우 도전적 시장”... 연간 108만대 수요 전망

현대자동차는 이미 동남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나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동남아 진출 기반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공장 설립으로 현대차는 인도네이사를 거점으로 한 동남아 진출이 보다 활발해 질 것 전망이다.

현대차에게 인도네시아는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시장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으로 지난해 산업수요는 104만7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4.4% 성장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108만대 수요가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직접 인도네시아로 건너가기도 했다. 지난 7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을 만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현대자동차는 가장 진취적인 회사로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둬왔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적극 투자에 나서 꼭 성공해 달라”고 밝히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매우 도전적인 시장이고 시장진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심에 감사드린다. 시장 진출 검토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단순한 판매 확대보다는 고객이 진정 좋아하는 제품, 판매방식 등에서의 혁신을 모색하고 미래 기술도 과감히 접목하는 방안도 구상하겠다”고 덧붙였다.

혁신의 중심엔 차량공유 서비스가 있다. 현대차는 동남아 차량공유 시장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며 미래차 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서비스 선두업체인 ‘그랩’에 약 2억75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은 물론 인도의 차량 호출 기업인 ‘올라’에도 3억 달러를 투자했다. 향후 이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으로 확대, 현지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아세안 CEO 서밋’에 참석한 정헌택 현대자동차 전략기술본부 모빌리티사업실장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 중심에서 스마트 모빌리티로 전환되고 있다”며 “지금은 기술적 강점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차량공유를 비롯한 모빌리티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를 자처하고 나섰다. 정 실장은 “해오던 방식으로 목표를 성취할 수 없다”며 “게임의 룰을 새롭게 정의하고 바꿔야 혁신도 일어나고 새로운 시장도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를 생산해 온 기존 강점을 활용하되 다른 서비스 영역을 적극 개척하겠다는 의미다.

특히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메이킹 인도네시아 4.0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5대 제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어 현대차의 이번 투자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재선에 성공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 양재사옥. 사진=현대기아차

‘안방주인’ 일본차, 동력 얻은 한국차

이번 투자로 인도네시아 내 자동차시장의 판도가 뒤바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나 40년 잔뼈가 굵은 일본 자동차 사이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은 1970년대부터 현지에 진출해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점유율만 96%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타결로 반전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인도네시아 아구스 수파르만토 무역부 장관은 25일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한-인도네시아 CEPA 타결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2년 3월 CEPA 협상을 공식 개시했으나 입장차로 2014년 2월 제7차 협상 이후 5년간 후속 협상을 하지 않았다.

CEPA를 통해 한국은 상품 부문에서 인도네시아의 최혜국 대우를 확보하고 기존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인도네시아 측 시장개방 수준을 약 13%포인트 높여 경쟁국과 대등하거나 그보다 높은 수준의 시장 접근여건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한국이 일본 대비 전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다.

일본과 비교하면 품목 수는 일본(93.3%)과 거의 비슷한 93.0%이고 수입액은 일본(94.4%)보다 높은 97.0%에 달한다. ▲철강제품 ▲자동차 ▲합성수지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서도 일본과 동등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확보했다.

자동차 강판 용도로 쓰이는 철강제품(냉연·도금·열연강판 등), 자동차부품(트랜스미션, 선루프 등), 합성수지와 같은 주요 품목은 발효 시 즉시 무관세를 적용한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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