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외형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적이 문제
오프라인 유통업계 "공격적인 가격인하가 능사는 아냐"
쿠팡의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약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한스경제 김호연 기자] 온라인 유통업계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던 쿠팡이 누적된 적자로 이내 정체기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의 시장 장악력도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인적쇄신을 통해 온라인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커머스 업계 선두주자로 알려진 쿠팡의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을 시작으로 소프트뱅크가 30억 달러(약 3조원)을 투자해 가파른 외형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나친 출혈 경쟁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력은 이미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압도한지 오래다. 올해 쿠팡의 거래액은 1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현재 1위는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로 연간 15조원 수준이다. 쿠팡은 이베이코리아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거래액에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이 문제다. 상품 자체를 오프라인 가격보다 싸게 판매하고 있다 보니 물건을 팔수록 적자가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로켓배송 등 고객 편의에 맞춘 서비스를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인건비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되면서 갖고 있던 실탄도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현실적으로 새로운 원동력을 얻으려면 소프트뱅크의 3차 투자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도 창사 1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정이 좋지 않다.

티켓몬스터(티몬), 위메프 등 동종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쿠팡, 티몬, 위메프가 지난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3개 회사의 부채가 모두 증가했다. 쿠팡은 1조3336억원에서 1조8345억원으로 37.6%나 증가했다. 티몬 역시 5195억원에서 5530억원, 위메프는 5366억원에서 5712억원까지 불어났다. 매출이 영업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적자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이커머스 유통업계의 실적 부진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앞서 사상 첫 분기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경영 혁신을 위한 세대교체를 이뤘다. 현대백화점까지 인적쇄신을 펼치고 있지만 무작정 이커머스업계의 사업모델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쿠팡과 마켓컬리와 함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새벽배송' 자체가 이미 오래전 미국시장에서 실패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공격적인 뒤따리기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등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걸친 경영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사업모델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오프라인 유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온라인 유통까지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과 마켓컬리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미국에서 아마존이 이미 실패한 전적이 있다”라며 “오래 전 실패한 사업모델을 국내에 들여 혁신적인 사업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출혈경쟁에서 생존한 후 시장을 독과점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라고 지적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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