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이영애가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관객 앞에 섰다. 영화 ‘나를 찾아줘’(27일 개봉)에서 실종된 아들을 찾아나서는 엄마 정연 역을 맡아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고강도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뒤따른 작품이지만 이영애는 작품을 선택한 후회가 없다고 했다. “영화의 주제의식과 여운이 좋아 선택했다”며 “두 아이의 엄마인만큼 아이를 찾는 감정을 연기할 때 더 몰입이 잘 됐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이번 컴백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건 이영애는 “대중과 좀 더 소통하고 싶다”며 “신비주의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많은 러브콜이 쏟아졌을 텐데 14년 만에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그렇게 러브콜이 많지는 않았다. (웃음)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작품이 좋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의 주제의식과 여운, 캐릭터도 좋았다. 신인감독님이지만 시나리오를 수정한 흔적들이 대본의 탄탄한 구조에서 느껴졌다. 내공이 보였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영화 속 정연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듯한데.

“사실 촬영을 하면서 고민이 좀 됐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선택한 건 후회하지 않는다.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도전하고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이 좋았다.”

-정연이나 아이들의 고통을 묘사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연기하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사실 원작에서는 수위가 좀 더 강했다. 청불영화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하지만 내가 현재 아이엄마인만큼 그런 장면을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며 수위조절을 했다. 그럼에도 보일 수 있는 고통의 강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도 오롯이 느껴야 할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잃은 엄마이기 때문에 연기하기 쉬운 장면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감정의 수위조절을 하기 위해 애썼다. 너무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컴백을 알린 건가.

“불러줘야 작품을 하지. (웃음) 물론 그동안 좋은 작품에서 출연제안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다. 아이들이 한창 클 나이고, 엄마 역할이 더 커야 할 때도 있으니까. 가정 안에서 엄마, 배우로서 텐션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를 찾아줘’는 시기적으로 다 맞은 작품이다.”

-자녀들이 엄마의 컴백을 응원하기도 했나.

“우리 딸이 얼마 전에 ‘겨울왕국2’를 보고 왔다. 본인도 미안했던지 ‘친절한 금자씨’ 사진 뒤에 인증샷을 보냈다. 그런 게 응원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딸은 항상 카메라 앞에 서는 내 모습을 신경 써준다. 아들 역시 내가 촬영할 때는 알아서 하는 편이고, 남편도 아이들을 잘 케어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신비주의 이미지에 대해 ‘갇혀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이미지를 만든 적은 없다. 성격적인 면에서 부끄러움이 많고, CF의 영향으로 신비주의가 된 것도 있다고 본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20대, 30대 때 나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그런 게 작품을 선정할 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연기자 입장에서 다양한 연기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결혼과 출산 후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달라졌다.”

- ‘친절한 금자씨’때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자세가 있나.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니까 좀 더 집중을 하려고 했다. 특히 지금은 내가 가정이 있으니 역할에서 빠져 나오는 게 중요했다. 아이들에게 엄마 역할을 할 때에는 ‘나를 찾아줘’ 속 연기를 하면 안되니까. 공허한 눈빛을 지으며 남편을 바라볼 순 없지 않나. 역할 분담을 하기 위해 더 집중한 것 같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대부분의 작품이 흥했다. 드라마 ‘대장금’의 경우 아시아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대장금’도 마찬가지고 항상 작품 속 기운을 느끼려고 한다.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폭넓은 연기를 찾는다. ‘나를 찾아줘’는 처음 받았을 때부터 감이 좋았다. 가족과도 상의하고 결정한 작품이다. 남편 역시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고, 도움을 많이 줬다. 우리 스태프들 고기도 많이 사줬다. (웃음) 남편이 이성적인 편이라 웬만하면 좋은 소리를 안 하는데 이 시나리오를 보고는 너무 좋아했다. 관객 수 500만 명도 걱정 없을 거라고 했다.”

-경쟁작인 ‘겨울왕국2’가 무서운 속도로 흥행하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부담이 될 텐데.

“‘겨울왕국2’가 스크린을 너무 가졌다. 조금만 우리를 줬으면 한다. 어쨌든 한국영화가 잘 돼야 여러 가지 면에서 좋지 않나. 관객들 역시 한국영화를 살려준다는 생각으로 한 번, 두 번 보시고 전파해주셨으면 한다. 너무 어두운 내용도 아니라고 본다. 보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굿피플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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