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은 이재용 재판이 중점, LG는 TV 분쟁 등 해결과제 남아
LG 관계자 "신규영입이나 파격은 없을 것" 밝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각사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을 앞두고 내년도 사업을 이끌어갈 임원인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 중 국내 제조 산업의 큰 틀을 이끄는 전자업계는 안정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일단 LG는 파격인사나 추가 외부영입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그룹도 이르면 이번주나 내달 초까지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업계는 올해 인사에서 혁신을 강조하는 큰 틀의 변화보다는 기존 사업을 탄탄하게 이어가는 안정 기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 및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전자업계의 위기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오는 12월 6일 이재용 부회장의 3차 파기환송심이 잡혀있고, 내년 초에나 재판 결과가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오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파격 인사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또 지난 2017년 연말 인사를 통해 구축한 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을 주축으로 한 3인 공동 대표이사 체제가 2년밖에 안 된 만큼 조직을 안정감 있게 이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 내부 인사에서는 미래 기술 초격차 강화를 위한 인재 발탁 가능성은 높다. 지난 4월 30일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R&D 및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지난 9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자진 퇴진하면서 수장 교체로 인한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 구광모 회장을 보필하고 있는 5명의 부회장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LG그룹내에서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이 구 회장을 보필해오고 있는데, 취임 2년 차를 맞은 구 회장이 굳이 변화를 꾀하면서 경영 리스크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LG전자는 최근 삼성의 QLED TV와 관련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삼성전자도 약 한달 만에 LG전자의 TV 광고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하며 양사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소송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이 분야를 잘 아는 수장을 당장 내치기는 어렵다.

안정 기조 속에서도 변화 움직임은 소폭 보여

이런 상황들로 인해 삼성전자나 LG전자 쪽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소폭의 변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에서는 IT·모바일(IM)부문의 고동진 사장이 물러날 것이란 의견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사항이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내부에서 조차 금시초문이란 의견이 있었던 만큼 가능성만 있을 뿐 사실로 밝혀진 적은 없다.

앞서 고 사장은 2016년 8월 선보인 ‘갤럭시노트7’이 미국에서 폭발 사고를 일으키며 54일 만에 단종과 리콜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이에 고 사장이 고객들에게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며 고개숙여 사과했다. 또 ‘갤럭시 폴드’ 역시 4월 미국 출시를 앞두고 경첩(힌지)부분에서 디스플레이 결함이 발생해 논란이 되자 출시 시기를 미뤄 9월이 되서야 한국에 출시를 한 바 있다.

결국 IM부문에서는 내년에 출시될 2세대 폴더블 등을 고려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삼성에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고 사장이 이번 기회에 바뀔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

LG전자는 구 회장이 지난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선언한 만큼 파격 인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LG 관계자는 이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영입과 같은 새롭게 파격적인 인물 영입은 일단 검토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 내부에서 조성진 부회장이 퇴진하고 후임으로 권봉석 사장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권 사장은 2008년 모니터사업부장 상무를 거쳐 2015년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한 만큼 최근 치러지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초고화질 TV 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미래 먹거리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지로도 비춰진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 시즌이 되면 과거 업무평가와 오너의 방향성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안정화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업부의 활력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눈에 띄는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는 만큼 임원인사 발표가 확정될때까지는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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