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젊은 인재에게 기회줘 차세대 사업가 육성
역량 강화 위해 외부 인재 지속적으로 영입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혁신'에 돌입했다. /LG그룹 제공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두번째 연말 임원 인사를 미래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한 조직 혁신에 초점을 맞춰 단행했다.

LG는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통해 2020년 임원 인사를 잇따라 발표했다. 올해 LG의 임원인사 기조는 ▲고객과 시장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변화 ▲사업리더에 젊은 인재 지속 발탁 등 미래 준비 가속화를 위한 쇄신 인사가 주를 이뤘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구광모 회장이 LG유플러스·LG전자 등 각 계열사에서 지주사로 불러들인 인재들을 대거 승진시키면서 힘을 실어줬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이재웅 법무·준법지원팀장, 정연채 전자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강창범 화학팀장도 전무로 승진했다.

이에 구 회장의 인재들이 대거 승진하면서 취임 2년 만에 선대 회장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확고히 해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LG그룹내 인사에서는 성과와 역량에 기반한 인사가 주를 이루면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해 나가는 한편, 미래 준비를 위한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하는 등 실용주의적 인사가 많았다.

LG는 작년 말, 주요계열사의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11명 교체에 이어 이번 연말 임원인사에서 추가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에 대한 관성에서 벗어나서, 불확실성이 높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변화를 꿰뚫어보며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발굴해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전략 및 고객 접점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새로운 경영진으로 선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업리더에 젊은 인재에게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한다. 올해 34세 여성 신규 임원 등 3명의 30대 여성 신규 임원 승진자에 포함되는 등 파격 인사가 눈에 띈다.

LG는 신규 임원을 106명 선임해 작년 134명 보다 규모가 줄었지만 2년 연속 100명 넘게 신규 임원을 선발했다. 이 중 45세 이하는 2년 연속 21명으로, 최연소인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을 맡은 심미진 상무(85년생)는 34세, 오휘마케팅부문장 임이란 상무(81년생)는 38세, LG전자 시그니처키친 스위트 태스크리더 김수연 수석전문위원은 39세다.

LG 관계자는 “사업리더에 젊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루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LG의 이번 임원인사는 경제상황과 경영여건을 고려해 전체 승진 임원 규모는 사장 승진자 1명, 부사장 및 전무 승진자 58명 등 전체 승진자는 165명으로, 작년 185명에 비해 줄었다. 이에 성과주의를 기본으로 상위 포지션으로의 성장 잠재력과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중심으로 승진 인사가 계속될 전망이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LG전자

계열사별로는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권봉석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LG전자의 새 CEO에 선임됐다. 2016년 말 LG전자 CEO에 선임돼 4년간 LG전자를 이끌어온 조성진 부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새롭게 사령탑으로 온 권봉석 사장은 LG전자에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디지털 전환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임무를 맡았다.

권 사장은 기술과 마케팅을 겸비하고 현장 감각까지 갖춘 전략가로 통한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사업전반의 밸류 체인(Value Chain)을 두루 경험하며 사업가의 길을 밟아왔다.

권 사장은 디지털전환의 핵심요소들인 빅데이터, AI, 연결, 콘텐츠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IT기업들의 핵심과제인 디지털전환의 최적임자로 꼽힌다.

LG유플러스는 황현식 부사장(62년생)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황 사장은 1999년에 LG텔레콤으로 입사해 강남사업부장, 영업전략실장, LG 경영관리팀장 등을 거쳐 2016년부터 LG유플러스 퍼스널 솔루션부문장을 맡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고, 5G, 유무선 서비스 결합 상황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발굴해 제공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연말 인사와는 별도로 부족한 역량 강화를 위한 외부 인재를 연중 지속적으로 영입했다. LG생활건강 에이본(AVON) 법인장(부사장)으로 한국코카콜라 이창엽 대표를, LG CNS 커스터머 데이터 앤 애널리틱스 사업부장(부사장)으로 한국 델 이엠씨 컨설팅서비스 김은생 총괄을 영입하는 등 총 14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지난해보다는 1명 정도 줄었지만 지속적인 외부 수혈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변화가 주목된다.

한편 LG는 여성 임원을 지속적으로 늘려 올해는 전무 3명 승진, 신규 임원 선임 8명 등 여성 임원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전체 여성 임원은 올해 37명으로 증가했다.

김창권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