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드라마들이 복합 장르로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들은 한 가지 장르만 담고 있지 않다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 로맨스와 스릴러, 멜로와 추리 등을 적절히 섞어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한다. 하나의 장르에서 구현할 수 있는 한정적인 재미를 넘어 다른 장르의 요소들을 배치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복합장르 드라마의 인기

지난 21일 KBS '동백꽃이 필 무렵'이 최고시청률 23.8%까지 올라 높은 인기 속에 막을 내렸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기 때문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은 이유는 '동백꽃이 필 무렵'이 로맨스와 스릴러, 휴먼을 적절히 섞은 복합장르 드라마라는 점이다. 동백(공효진)과 용식(강하늘)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풋풋한 로맨스와 그 사이 더해진 까불이 찾기,  옹산 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이웃끼리 얽혀 벌어지는 이야기까지. 무려 세 가지의 장르적 요소가 혼합된 드라마다.

SBS 수목극 'VIP'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의 VIP를 관리하는 전담팀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지만 팀 내에 존재하는 이상윤(박성준 역)의 불륜 상대를 찾아가는 스토리 라인이 더해졌다. 이상윤의 불륜 상대로 의심되는 이청아(이현아 역), 곽선영(송미나 역), 표예진(온유리 역)의 모습을 번갈아 서사하면서 극 중 몰입도를 높였다. 이에 첫 방송 이후 꾸준히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26일 방송된 8화의 최고시청률은 11.4%까지 올랐다. 이 외에도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tvN '호텔 델루나' 등이 판타지, 로맨스, 호러, 미스터리 등의 요소를 섞어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복합장르 드라마의 인기가 더해진 것이 요즘의 트렌드는 아니다. 지난 2013년 6월부터 8월까지 방송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2013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방송된 SBS '별에서 온 그대'도 복합장르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두 드라마는 각각 로맨틱 코미디에 스릴러적 요소를 더하거나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했다. 각각 최고시청률 24.1%와 28.1%까지 치솟으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 높은 완성도의 중요성

복합장르 드라마의 인기가 다수의 작품으로 증명되긴 했지만 반드시 인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tvN 월화극 '유령을 잡아라'는 로맨스와 스릴러를 함께 그려낸 복합장르 드라마지만 두 가지의 장르를 각각 다른 스토리로 풀어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동시간대 방송하는 드라마 중 가장 낮은 최고시청률 4.1%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동떨어진 스토리 라인의 전개가 시청자들의 이해도를 낮추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복합장르가 오히려 극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트린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장 큰 중심 스토리 라인에 다른 장르적 요소가 각자의 서사를 갖고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모든 요소가 중심 스토리 라인으로 구성되는 것은 이해도를 낮춘다"며 "바탕이 되는 이야기의 전개가 꼼꼼하게 이루어져야 다른 장르적 요소가 결합되더라도 극 중 몰입도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복합장르를 무조건적으로 선택하는 것보다 한 장르에 집중하는 것이 극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JTBC '보좌관'은 이정재(장태준 역)와 김갑수(송희섭 역)의 갈등을 그린 정치극이다. 시즌 1에서 이정재와 신민아(강선영 역)의 로맨스, 시즌 2에서 이엘리야(윤혜원 역)와 김동준(한도경 역)의 로맨스를 다루긴 하지만 관계를 설명하는 부가적 요소일 뿐 국회와 검찰, 법사회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다. 현실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드라마로 손꼽히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복합장르는 아니지만 하나의 장르에 집중해 인기를 얻은 사례다.

이렇듯 복합장르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것이 인기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여러 스토리가 각자의 힘을 갖고 촘촘하게 연결될 때 극의 완성도가 높아져 인기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여러 가지를 보여주기보단 각각의 요소들이 하나로 얽혀 있어야 시청자들의 공감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매력이 될 것이다.

사진=KBS '동백꽃 필 무렵', SBS 'VIP', tvN '유령을 잡아라' 포스터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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