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낮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노동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 IT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정도영 기자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OO이형 밤새웠어요?" 최근 출시된 한 게임사의 신작 광고 영상에 나온 멘트다. 

일각에서는 이 영상이 게임을 1년 동안 만든다면서 한탄을 하고 밤새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자랑하듯 광고 소재로 사용했다는 평도 나왔다. 소위 '판교의 등대' 시절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든다는 의견이다. 

IT(포털·게임) 업계에서는 지난해 7월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으로 이제서야 노동자, 인간다운 삶이 안착되고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의견도 나올 정도다.

또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의 노동자들의 더 일할 권리를 52시간 상한제가 제한하고 있다는 발언과 지난 문체위 국감 현장 시찰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언급한 중국과 한국의 게임 개발 시간 비교 등 주 52시간제도를 흔드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IT 노동자들이 직접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8일 낮 국회 정론관에서 '노동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 IT위원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정미 의원과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 오세윤 네이버 '공동성명' 지회장, 서승훈 카카오 '크루유니언' 지회장, 배수찬 넥슨 '스타팅포인트' 지회장,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SG길드' 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 업계 경영진에게 정당한 노동시간에 맞춰 업무에 임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보장하고, 52시간제의 탄력적 운영 논의 등을 멈추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의원은 "2년 전에 구로의 한 유명 게임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한 사실을 밝혀냈었다"며 "근로복지공단 역시도 별다른 질환이 없는 노동자가 게임 업데이트를 앞두고 주 80~90시간 근무를 했기 때문에 과로사했다고 판정했다. 소위 말하는 '크런치 모드'가 젊은 노동자에 목숨을 빼앗아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주 52시간제도가 시행되고, 판교의 불빛도 꺼지기 시작했지만, 최근 노동 존중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제 막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는 노동자들의 기쁨을 빼앗아가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가 최근 예고한 조치들은 주 52시간 제도들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 제도들이 시행된다면 다시금 '개발 독재' 시절로 회귀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즉각 52시간 제도의 근본 취지를 위협하는, 소위 보안 대책과 유연 근로제 확대를 중단하고, 노동자와 함께 주 52시간제도를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한 논의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28일 낮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노동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 IT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 지회장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정도영 기자

차상준 지회장 역시 수도권 IT 위원회 대표해 성명서 발표를 통해 "정부와 국회, IT 업계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어렵게 하는 특별 연장근로 허용 확대, 재량근로제 허용 확대. 52시간제 위반 사업주 처벌유예 방침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탄력근로제, 선택적 시간 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와 같이 기업들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반영한 법안 논의를 철회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IT 업계 경영진들은 공짜 야근이 가능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과도한 노동시간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 IT위원회는 이와 같은 문제를 업계와 사회에 적극 알리기 위해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김영배 화섬식품노조 조직부장은 "IT 4개 지회를 하나의 위원회로 꾸렸고, 다른 IT 노동자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그 정신이 온라인(유튜브)을 통해 IT 노동자들의 현실도 알리고, 노동조합 가입 권유를 해보자는 생각에 'IT 노동자 TV'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또한 "IT 위원회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IT 노동자의 울타리'도 개설했다. 이 채널을 통해 노동조합 가입 상담 등의 노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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