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젠더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이 때 방송, 가요 등 연예계에서 보여주는 젠더 관념 역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아이돌 비즈니스에서 성 관념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느냐는 눈여겨 봐야 할 일. 이에 가요계 유명 기획사들에서 배출한 아이돌 그룹들의 프로파일을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세 번째로 야성미 넘치는 '짐승돌'의 탄생지, JYP엔터테인먼트의 남성 그룹들을 살펴 본다. <편집자 주>

예쁘장한 외모에 해사한 미소를 가진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인기를 끌던 시절 JYP엔터테인먼트에서는 '야성미'를 갖춘 '짐승돌'을 론칭했다. 아크로바틱을 가미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며 화제를 모은 2PM 이후 갓세븐, 스트레이키즈에 이르며 JYP엔터테인먼트의 남성관은 더욱 확고해졌다. 다부진 몸에 화려한 퍼포먼스,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직설적인 고백. 카리스마를 기본 장착한 JYP엔터테인먼트 남성 아이돌 그룹들의 특색은 어떨까.

그룹 2PM.

2PM

성격: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력 갑
특기: 아크로바틱
장점: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근육질 몸매
연애관: 말로만 하는 짓은 안 해
한 줄 정리: "널 내게 맡겨. 너 하나만을 지켜줄 수 있어."('내 이름을 불러줘', 2013)

2PM은 절대 입바른 말을 하는 남자들이 아니다. 말을 한 건 꼭 행동으로 실천하는 신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의리는 사랑을 할 때도 이어진다. "속고 또 속고 또 당하고 또 당해도 또 다시 이 자리에 와 있는"('어게인 & 어게인', 2009) 2PM을 의리에서 당할 사람은 없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매와 "10분 뒤에 저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우리집', 2015)라는 행동력 넘치는 구애는 2PM의 큰 무기. 이들과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미쳐 정신 빠지도록 온 몸을 흔들어"('헤즈 업', 2011)도 괜찮을 것 같고, 때론 이기적인 사랑을 해도 받아줄 것만 같다.

그룹 2AM.

2AM

성격: 사랑에 푹 빠지는 순애보 스타일
특기: 사랑 고백
특징: 가진 건 마음뿐
연애관: 바람? 변심? 상상도 못 해
한 줄 정리: "내 사랑은 말야 갈수록 커져."('내 사랑은 말야', 2014)

순정남의 구체적인 예시를 찾으라면 2AM 아닐까. 한 번 사랑에 빠지면 이별을 해도 헤어나오지 못 하는 2AM은 순정 빼면 시체나 마찬가지다. 예쁜 목걸일 사 줄 돈이 없을 때는 대신 "가진 거라곤 이 목소리밖에 없다. 이게 널 웃게 만들 수 있을진 모르지만 그래도 불러본다. 니가 받아주길 바래본다"('이노래', 2008)라며 노래 선물을 해 주고, "오늘 아침 출근길은 어땠나요 한결 포근해진 날씨는 그댄 어땠나요"('어느 봄날', 2013)라며 섬세하게 일상을 챙겨줄 줄 안다. 다만 가끔 이별을 잘 받아들이지 못 해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가려거든 떠나려거든 내 가슴 고쳐내"('죽어도 못 보내, 2010)라며 떼쓸 때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룹 갓세븐.

갓세븐

성격: 고민하며 끝없이 성장하는 진지한 성격
장점: '짐승남'부터 '고민하는 청춘'까지 팔색조 매력
단점: 단점을 찾기 어려운 게 단점
사랑관: 서로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가치가 빛나는 것
한 줄 정리: "네가 부르는 나의 이름이 듣고 싶어."('니가 부르는 나의 이름', 2019)

데뷔 때만 해도 '짐승남'의 정석에 가까웠다. 준수한 비주얼과 놀 줄 아는 '인싸력'을 갖춘 이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왜 그런지 몰라 나만 보면 자지러져 놀라"('걸스 걸스 걸스', 2014)라고 노래하며 자신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갓세븐은 이후 다른 이들에게도 "거울아 거울아 제발 좀 말해주려무나 저울아 너도 말해주려무나 아무것도 바꿀 필요 없이 예쁘다고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완벽하다고"('딱 좋아', 2015)라며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애정이 다른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각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후로도 갓세븐은 세상을 느끼고 성장을 거듭했다. '갓세븐다움의 정석'이라 불리는 '플라이트 로그: 디파쳐'(2016)부터는 갓세븐이 지향하는 바가 음악에 녹아나기 시작했다. 때론 "갈 길을 잃어 혼란스러 머리가 아파 지쳐"('유 아', 2017)보기도 하고 "꽤나 길었지 나의 방황이 이젠 걱정하지마 다신 가지 않을 테니"('네버 에버', 2017)라며 단단히 마음을 잡기도 하면서 갓세븐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맘을 잡고 착하게 한 명만 골라 만나 보려고 해도 나를 놓아 주질 않아 어쩌면 좋아"('걸스 걸스 걸스')라고 할 정도로 사랑을 가볍게 생각했던 이들은 5년 여 뒤 "느끼고 있어 난 너라는 기적 니가 내 이름 부른 순간 이제서야 나는 의미를 찾았어"('니가 부르는 나의 이름')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룹 데이식스.

데이식스

성격: 구체적이고 똑부러짐
특징: 매 달 한 곡을 발표할 정도로 성실하고 지구력이 좋음(에브리데이식스 프로젝트)
관심사: 사랑, 청춘
연애관: 사랑은 삶을 뿌리째 흔드는 것
한 줄 정리: "니가 등장하면서부터 내 삶과 꿈 미래 그 모든 게 바뀌어."('스위트 카오스', 2019)

데이식스는 어떻게 보면 JYP엔터테인먼트의 별종 남자 그룹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 그룹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는 '야성미'를 이들에게선 찾기 어렵다. 대신 데이식스는 삶과 사랑, 자신들이 지나가고 있는 청춘의 페이지들을 파고드는 사색가에 가깝다. 생각이 많은 만큼 표현도 구체적이다. "난 내 곁에 상상의 널 두고 지냈어. 팔짱은 언제든 낄 수 있게 손은 주머니 안에"('버릇이 됐어', 2015), "너의 대사 속 "이젠 끝이야" 진심이 아니길 빌어 그저 불안한 맘에 뱉은 거라고 믿고 싶어"('슛 미', 2018) 등을 보면 데이식스는 외적인 상황도, 내면의 심리도 구체적으로 뜯고 묘사하는 것에 장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섬세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의 미소가 소중해 "내 전부를 다 줘서라도 다시 또 되돌려주고 싶어요"('그렇더라고요', 2017)라고 헌신적인 마음을 내비치기도 하고, 사랑 앞에 "시간은 많아. 남은 인생 다 쏟을 거니까"('365247', 2019)라며 결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사랑이란 "살아왔던 세상이 너로 인해 뒤집어져 뒤바뀌"('스위트 카오스')는 경험이며, 그런 변화를 이들은 "좋아 미칠 정도야"('스위트 카오스')라고 말할 만큼 즐기기 때문이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

스트레이 키즈

성격: 당참 그 자체
특징: 돌려 말하는 법은 모름
관심사: 정글 같은 세상, 그 속의 '나'
가치관: 어지러운 세상도 자신감으로 뚫고 간다
한 줄 정리: "갈 길을 가지 뭐든 비켜."('더블 낫', 2019)

스트레이 키즈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자신감 넘치는 소년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들은 "산을 넘어 산"('미로', 2019)이 이어지는 정글 같은 세상 속에서 "잔인하고 두려운 하루를 홀로 버티"('헬리베이터', 2017)면서도 "독, 덫, 독버섯 어디 한번 깔아 봐라 결국에 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살아남아"('미로')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아직 어려 미숙할 때도 있지만 "어리숙하지만 이대로만"('어린 날개', 2018)이라고 노래할 정도로 자신이 아직 어리다는 걸 잘 인지하고 있고, "감정 기복 사이 나 자신과의 전쟁 중. 어른들의 개입에 더 싱숭생숭. 나의 상태 말투 행동 이러면 안 된단 걸 알아도 모두 반대가 돼"('Grrr 총량의 법칙', 2018)라며 어른들은 이해 못 할 사춘기 감정기복에 괴로운 심경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직 사랑은 스트레이 키즈의 관심 밖. 대신 이들은 "어지럽게 뒤엉킨 머릿속의 고민"('더블 낫')과 싸우고, "두 개의 길 위기와 기회 중 내가 온 이 길은 위기인 걸까"('별생각', 2019)라며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고민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알아서 할게"('디스크릭스 9', 2018)라며 딱 잘라 말하는 이들은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르는 당찬 소년들. "버텨야만 꿈꾸던 것들 다 볼 수 있어"('믹스테잎#4', 2019)라던 노래처럼 이들이 앞으로 고민하고 꿈꾸던 바를 모두 이뤄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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