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나를 찾아줘’(27일 개봉)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6년 동안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한다. 이 큰 틀 안에는 아동학대라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담긴다. 충분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인만큼 신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형적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이영애의 연기와 빠른 전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나를 찾아줘’는 아들 윤수를 잃은 지 6년째,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정연과 남편 명국(박해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오늘은 어디 다녀왔어?”라며 묻는 정연에게 아이를 찾는 일은 일상이 됐다. 차에서 끼니를 때우기 일쑤고, 아이의 환영까지 보는 등 오로지 아이를 향한 그리움으로 사무쳐있다.

어느 날 명국에게 윤수를 봤다는 제보 문자가 온다. 명국은 한걸음에 달려가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제보 문자는 한 어린아이의 장난. 허무하게 남편을 잃은 정연에게 또 다른 누군가가 윤수를 봤다고 제보하고, 정연은 아들이 있다는 낚시터로 향한다.

영화 '나를 찾아줘' 리뷰.

제목이 곧 영화의 골자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을 찾아달라는 한 아이의 울부짖음과 진실을 은폐하는 곳에 아이를 찾기 위해 뛰어든 어머니의 이야기다.

낯선 타지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정연의 사투가 돋보인다. 정연이 진실을 파헤치려 할수록 홍경장(유재명)과 마을 사람들은 경계한다. 실종된 아들을 찾겠다는 정연이 안쓰럽지만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 나름대로 권력과 규칙을 유지한 마을 사람들은 정연의 등장이 썩 달갑지 않다. 이미 그 곳에는 많은 아동들이 강제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줘’는 진실과 아이를 찾으려는 엄마와 이를 막는 인물들의 긴장감 넘치는 관계를 밀도있게 풀어낸다. 폐쇄적이고 도리에 어긋난 사고방식을 지닌 마을 사람들의 집단 이기주의 근성이 현실감 있게 담긴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이끼’(2010) 등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여기에 경찰이라는 이유로 특권을 누리며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홍경장의 모습이 사실감 넘치게 그려진다.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 아동이 성적 학대를 받는 뉘앙스를 풍기는 장면이 다소 불편하기도 하다.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몇 번에 걸친 대사로 보호자가 없는 한 아동이 어떤 불행을 감내하는지를 다룬다. 메가폰을 잡은 김승우 감독은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라며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선에서 잘못되고 있는 일에 대해 알았으면 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런 ‘나를 찾아줘’가 관객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희망이다. 쉼없이 달려온 정연은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찾으며 서서히 빛줄기를 향해 다가간다.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4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영애는 공백을 느낄 수 없는 열연을 보여준다. 아이를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 분노, 절망 등 복잡한 감정 연기를 어색함 없이 소화한다. 감정 연기 뿐 아니라 액션 연기에도 자질을 보여준다. 홍경장 역 유재명과 육탄전이 가히 볼만하다.

유재명 역시 탐욕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홍경장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한다. 이영애와 첨예한 대립을 이루는 캐릭터를 농익은 연기로 표현한다.

배우들의 열연과 빠른 전개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무너지는 스토리가 아쉽다. 다소 판타지적인 액션이 이 영화의 흠이기도 하다. 러닝타임 108분. 15세 관람가.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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