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업계 "소주 저도화 이어질 가능성 높아" vs "17도가 한계치" 의견 엇갈려
롯데주류가 지난달 29일 출시한 ‘처음처럼 미니미니’ 기획팩./롯데주류 제공

[한스경제 김호연 기자] 주류업계에 다시금 소주 저도화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주류가 ‘순한 소주’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처음처럼’의 도수를 다시 한 번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주의 도수가 점점 낮아지는 흐름이 얼마나 이어지는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지난달 27일부터 소주 ‘처음처럼’의 도수를 기존 17도에서 16.9도로 0.1도 낮췄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출시해 흥행한 ‘진로이즈백’의 도수와 같고 브랜드 출시 후 가장 낮은 알코올 도수 감소폭이다. 전국구 소주 주력제품 중 17도 아래로 내려간 소주는 처음처럼이 ‘처음’이기도 하다.

주류업계는 저도화 트렌드의 지속성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소주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저도화 트렌드의 지속여부에 대한 논란은 수년간 제기되어왔다”라며 “롯데주류는 ‘혼술’ 문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가 순한 소주를 원한다면 이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으로도 소주의 알코올 도수에 대한 규정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처음처럼이 출시된 뒤 소주 저도화는 갖은 우려에도 꾸준히 이어졌기에 앞으로도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시장을 독점하던 2006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20도 소주를 시장에 내놨다. 2007년에는 19.5도, 2014년 18도, 2018년 17도로 알코올 도수를 계속해서 낮춰왔다.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내놓은 ‘참이슬’ · ‘진로’의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디션./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도 처음처럼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2006년 19.8도의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저도화에 동참했다. 현재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는 17도까지 내려갔다.

하이트진로 역시 더 순한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를 파악하면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입장에선 롯데주류와 공통된 견해를 유지했다. 다만 소주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내려갈 수 있는 알코올 도수의 마지노선은 17도 언저리에 형성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와인의 도수가 평균 14~15도인 것을 생각하면 소주가 소주다운 맛을 낼 수 있는 알코올 함량은 이제 한계치까지 내려왔다고 봐도 무방하다”라며 “당분간 소주의 도수는 현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학이나 좋은데이 등 예전에도 지방 소주를 중심으로 ‘더 순한 소주’를 모토로 수도권 진출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라며 “오히려 ‘참이슬 클래식’만을 고집하는 등 예전 소주의 맛을 고수하는 소비자도 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의 견해 차이를 두고 “이전부터 그래왔듯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이 향후 소주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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