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역사가 스포일러라지만, 이정도로 예상 가능할 줄은 몰랐다. 첩보 소재는 참신한데 캐릭터들이 평면적이다. 전쟁영화 특유의 신파도 허술하고 명언으로 이어지는 대사들은 애써 형성한 공감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정전협정일인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5000:1의 확률을 뚫고 6.25 전쟁의 흐름을 단번에 역전시켰던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한국 첩보부대의 실화를 다뤘다. KBS, 기업은행,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총제작비 170억원의 대작으로 ‘포화속으로’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영화에는 이정재, 이범수, 리암니슨을 비롯해 정준호, 박철민, 진세연, 김병옥, 션 리차드, 성혁 등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그런데 ‘암살’, ‘도둑들’, ‘명량’ 등 천만 영화들이 다수의 캐릭터를 내세워 여러 공감대를 형성한 것과 달리 ‘인천상륙작전’에는 공감이 부족하다. 엉성한 얼개에 흡입력이 떨어진다. 또 전쟁영화로서의 긴박하고 스펙터클한 장면을 기대했는데 허술한 CG가 곳곳에서 눈에 들어와 몰입을 방해한다.

장르적 클리셰도 아쉽다. 남과 북의 캐릭터를 이분법으로 설정해 반공영화 혹은 교육영화인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주인공은 총알 사이로 뛰어다니며 동료를 구출하는 영웅 같은 모습이다.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전쟁 상황에서 명언을 뱉는 맥아더(리암 니슨)도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맥아더 역의 리암 니슨으로 대대적 홍보효과를 노렸다면 성공이겠지만, 굳이 리암 니슨이어야만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 와중에도 배우들은 명품열연을 펼친다. 이정재, 이범수는 북한 사투리와 러시아어를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리암 니슨은 다큐멘터리를 참고해 맥아더를 거의 비슷하게 그려냈다. 주연 배우 외에 박성웅, 김선아, 추성훈 등도 카메오로 등장해 맡은 바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고 사라진다.

‘인천상륙작전’은 시나리오 완성에만 무려 4년이 걸렸다는데 카메라에는 그 노고의 시간들이 제대로 담기지 못했다. 2년 동안 러브콜을 보내 캐스팅한 액션배우 리암 니슨의 활용법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알지 못했던 역사를 조명했다는 의의는 있으나 첩보대원들의 숭고한 희생과 죽음이 관객의 감동코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사진=영화 '인천상륙작전'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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