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빛나는 스포트라이트와 많은 대중의 시선을 받는 스타들의 이면에는 차마 이야기하지 못 한 고민과 고통이 있다. 최근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여러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는 스타들이 늘은 것은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있는 이들의 고민과 고통을 느끼게 한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듯 익명성 뒤에 숨은 악플러들의 근거없는 비난은 많은 스타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스타들을 둘러싼 악플과 루머의 기원을 추적함으로써 소문의 진상을 규명하고 억울한 부분에 대해선 대신 오해를 풀어주기 위한 엔터테라피스트 코너를 마련했다. 비판이 아닌 비난과 악플이 모두 사라지고 스타들이 평범한 행복을 되찾는 그날까지 엔터테라피스트는 이어진다. <편집자 주>

올 한 해 가장 다사다난한 일을 겪은 연예인 중 한 명이 바로 구혜선일 것이다. 지난 2016년 동료배우 안재현과 결혼한 후 신혼을 보내며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결혼 3년 만에 안재현과 파경을 맞으며 SNS를 통해 폭로전을 이어갔다. 안재현이 권태기로 변심해 이혼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주로 ‘조용한’ 이혼을 택한 여느 스타커플과 달리 폭로전을 택한 구혜선에 대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은 이어졌다. 구혜선을 옹호하는 이와 비판하는 이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SNS의 댓글, 자극적인 언론 보도로 인해 구혜선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구혜선 사태’에 대해 “정보 과잉 공급시대와 옐로 저널리즘(범죄, 희한한 사건, 성적 추문 등을 경쟁적으로 과도하게 취재 보도하는 방식), 악성 댓글이 합쳐져 일어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 무분별한 댓글, 옐로 저널리즘의 공격성

사실 구혜선을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언론의 과도한 보도와 이를 접한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심영섭 심리학 교수는 옐로 저널리즘과 악성 댓글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평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심영섭 교수는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와 악성 댓글이 함께 동반돼 벌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악성 댓글이 조성되는 이유에 대해 “익명성이 보장된 공격성이 드러나는 것으로 본다”라며 “악플을 달면서 열등감, 성적 충동, 공격심을 해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대상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아니면 아예 일면식조차 없는, 거리가 먼 연예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언론계와 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이 자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격의 대상이 됐던 연예인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계에서도 자성해야 하고, 나라에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무분별한 비난의 대상이라는 점 역시 인지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사실과 무관한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매체들과 악성 루머,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기사의 댓글 기능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잠정적인 가해자들이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형국”이라며 “시스템적으로 바뀔 것들이 많다.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법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 등 헌법적 권리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라며 “가장 시급한 건 언론과 대중의 자정적 노력이다”라고 했다.

악성 댓글 방지를 위해 댓글 작성 기능을 없앤다면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알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의견과 전혀 다른 콘텐츠가 쏟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에게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사실 과거 K팝이나 한류문화가 조성될 때도 커뮤니티나 콘텐츠 관련 기사 댓글들을 보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많이 얻었다”라며 “댓글창 외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당장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또 댓글창을 없앤다고 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부정적인 기능을 하는 창구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기PR 시대..스타들의 SNS 이용량 급증

업계 관계자들은 TV, 라디오, 언론을 떠나 스타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활용하는 SNS 역시 악성 루머와 댓글을 조성하는 부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혜선의 경우 안재현과 불화를 밝힐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글을 쓴 바 있다. 이후 주기적으로 안재현을 저격한 글을 올리곤 했다. 안재현과 이혼 소송을 진행하며 해당 글은 모두 삭제했으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구혜선은 자신이 영향력이 있다는 것과 논란이 될 것을 알고 입장을 계속해서 밝혀왔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스타들이 과거처럼 TV와 언론매체에만 기대지 않는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얼마든지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말을 할 수 있는 채널이 생겼다”라고 했다.

SNS가 표현의 자유와 함께 스타와 팬이 좀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는 곧 그만큼 논란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요즘 많은 연예인들의 정보가 노출되는 시기다. 비밀도 없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라며 “SNS는 양날의 검이다.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지만 동시에 사소한 행동 하나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필터 없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연예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최근 고(故) 설리와 구하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지며 대중을 충격에 빠뜨렸다. 물론 이들의 사망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악성 댓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설리와 구하라와 친분 관계였던 한 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것으로 힘들어했다”며 “자신의 진심을 알아봐주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쉽게 평가받아야 하는 환경으로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했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직업인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과 루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연예계에 잇따른 비보가 전해지며 언론과 대중이 자성하고 있다지만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드는 비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오래 몸담아 온 한 매니지먼트 실장은 “비연예인들 역시 조직 안에서 어디선가 들리는 구설수나 직장 내 스트레스로 안 좋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라며 “비난과 루머가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출돼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더 크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몸과 마음이 쇠약한 사람들이 많다.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연예인들도 많다”라고 귀띔했다.

자신이 선택하는 직업이 아닌, 누군가에게 선택돼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 역시 연예인들의 정신상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연예인 역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하정우나 지드래곤은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을 한다. 꼭 연예 관련 일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해소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건설적인 걸 할 수 있게끔 주변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본인 역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오랫동안 아이돌을 한 연예인들은 막상 자유시간이 생겼을 때 뭘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시스템 안에 갇혀 통제 당하는 삶에 익숙해진 것이다”라며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좀 더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연예인의 소속사에서도 적절한 대처와 소통을 하는 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소속사의 대처가 중요하다. 우울하거나 평소와 다른 조짐이 보였을 때 소통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SNS로 인해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연예인들이 굉장히 많다고 입을 모았다.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SNS를 잘 활용할 자신이 없다면 SNS 활동을 끊는 게 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연예 관계자는 “SNS는 스스로 판단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라며 “스스로 느끼기에 소모적이라고 느낀다면 안 하면 된다. 하지만 오로지 팬들을 위한 것으로만 운영하면 괜찮지만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활용할 것이라면 하지 않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SNS는 흘러가는 파도와 같다”라면서도 “그러나 연예인에 대해서는 흘러가지 않고 몇 가지들이 그물에 걸리기 마련이다. 개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기능적인 부분만 활용하거나 회사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 맞다”라고 덧붙였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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