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KBS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홍자영 역으로 분한 염혜란이 걸크러시 유발하는 대사들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홍자영은 옹산의 가장 고학력자로 자존심 높은 캐릭터다. 이에 염혜란은 "작가님이 정말 좋은 대사들을 줬다. 내가 한 건 소수점 이하 밖에 안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백꽃'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것도 이렇게 최고의 시청률을 찍은 작품을 한 것도 처음이었다. 캐릭터도 처음으로 변호사였다. 너무 감사한 작품이고 아직 떠나 보내지 못했는데 잘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는 작품으로 보여주면 되지 인터뷰를 꼭 해야하나 했는데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어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 홍자영은 완전 차도녀 그 자체였다. 어렵지 않았나.

"처음에는 아무래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나 불안함이 많았다. 다른 캐릭터랑 감정을 나누는 것보다 대립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자영은 옹산의 이미지와는 다른 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동 떨어지거나 겉돌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나.

"두려울 때마다 염혜란이 표현한 홍자영에 집중해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여자인데 나는 팔자주름도 있고 피부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선배님들한테 두렵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다들 홍자영이 '동백꽃'의 성격을 얘기해주는 거 같다고 해주셨다. 뻔하지 않고 신선한 느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말들이 힘이 된 것 같다."

 

-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가 낯설었을 것 같다. 준비는 어떻게 했나.

"이원이나 재판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혼 전문 변호사에 대해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자 이혼 전문 변호사가 쓴 책들을 봤다. 상간녀나 청구소송 같은 단어들을 익숙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대본이 있으니까 소화할 수는 있었겠지만 미리 준비하고 가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졌던 것 같다."

- 자영에게 유일한 흠은 노규태라는 평이 있었는데.

"오히려 자영에게는 노규태가 있는 것이 다행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사 중에 '나는 아홉을 가지고도 하나가 늘 고파. 그래서 동백이처럼 못 웃어'라는 게 있다. 가진 것이 많은 캐릭터지만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술 한 잔 마실 친구가 없는다. 자영에게는 오로지 규태밖에 없는데 그와도 소통을 못하니까 고독이 느껴졌다. 다 가진 여자가 친구 하나가 없을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노규태가 흠일 수 있겠지만 아마 자영에게 규태는 가장 이루고자 하는 거였을 것 같다."

 

- 여러 대사들이 화제였는데.

"시어머니한테 하는 대사는 정말 최고인 거 같다. 대리만족 할 수 있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이 그런 얘기들을 가볍고 재치 있게 만들어냈다. 드리프트 같은 경우엔 대본을 봤을 때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하면 멋있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잘 해내고 싶어서 노력했다. 현실에서는 이렇게 못하지만 드라마에서 하니까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행간은 좀 의외였다. 화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 자영이는 항상 완벽해 보였는데 술 취해 발로 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은 정말 애드립이었다. 자영이는 완벽한 인물이지만 그래도 술에 취하면 흐트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했다. 규태가 동백이한테 '돈 빌려줄까' 하는데 나와서 '출발' 하는 것도 애드립이었다. 자영이는 깔끔한 캐릭터여서 전에는 허용되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런데 술을 마시니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나가니까 애드립을 하게 되네 싶었다."

 

- 인기는 실감하는 편인가.

"난생 처음으로 하는 경험이 많다. 카페에서 대본 보고 있으면 옆에서 수근수근 하실 떄가 있다. 그러면 알아보시는구나 생각하는데 방해 되지 않게 배려 해주신다고 빵을 주시면서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시고 시장에 가도 반찬 하나 더 주시고 군밤도 사주시고 그랬다. 중년 여성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 '노규태 더 밟아줘야 된다'나 '노규태 귀엽다' 이런 말도 해주신다. 또 드리프트가 실검에 올랐을때도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

- 자영이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다음 역할이 더 기대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식상한 대답이지만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을 수 없다. 캐릭터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하나를 꼽아보자면 사랑스러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남들이 보기엔 지루한 삶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순수한 마음에서 깨달음을 찾아가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래도 그 동안 여러 캐릭터를 해봤기 때문에 어떤 한 역할에 대한 갈증 같은 건 별로 없는 편 같다."

 

- 그럼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 있나.

"'동백꽃'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은 꼭 다시 만나고 싶다. 특히 강하늘이랑 호흡 맞춰보고 싶다. 자영이 덕분에 국민 누나라는 호칭을 얻었지만 사실 강하늘에게 누나라고 불려야 진정한 국민 누나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 이제 마지막으로 올 해를 돌아보자.

"개인적으로 아이가 입학하고 이사도 했다.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던 한 해 였던 것 같다. 홍자영도 그런 것 중 하나였다. 직접 부딪혀서 노력한 캐릭터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노력한 거에 비해서 큰 상을 받은 느낌이다. 오늘 아무 날도 아닌데 선물 받았어 하는 느낌이랄까. 특히 작가님, 감독님, 시청자분들한테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최지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