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편집자]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서있다.

가을낙엽들이 홀연히 사라지는 스산한 초겨울이다. 무성하게 자라나 빛났던 초목들이 차가운 형상으로 드리워져 있다. 흩어진 낙엽처럼 고단하고 어수선했던 2019년이 저물어 간다.

무릇 이즈음에 익숙한 분위기가 낯설게 다가온다. 평소 같으면 스마트폰 보기에 익숙해 눈길 한번 가지 않던 한 장 남은 달력에 관심이 쏠린다.

연말을 보내는 일상 속에는 그 어떤 숙연함이 묻어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한 해라는 시간단위를 정해놓고, 시간의 굴레 속에서 제약 받으며 살고 있다. 올 한 해가 누군가는 짧고 아쉽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길고 느리게 느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변함없지만 한 해를 보내는 감정은 각기 다르다.

몇 주만 지나면 또 다른 10년이 시작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체적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보편적이지 않다.

흔히들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말하지만 이전의 10년과 달리 2020년대만큼은 우려가 일색이다. 당장 내일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경제상황과 끝없이 갈등하는 혼탁한 세상살이에 현실의 삶이 그만큼 팍팍하다. 다가오는 10년은 인구·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새로운 문화의 출현, 그리고 커지는 불확실성의 상황속에서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숙명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라지만 한 해를 뒤돌아보며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연말 서점가는 세상변화의 흐름을 짚어내는 트렌드를 키워드로 압축한 책들로 가득하다. 행여 갈길 잃고 방황하는 독자들에게 더 날렵하고, 더 현명하게 행동하라고 주문한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가 시작되기 전 1990년 말에 컴퓨터가 연도를 인식 못해 오작동될 것이라는 우려가 온통 세상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른바 Y2K라는 밀레니엄버그다. 컴퓨터가 현재 인식하고 있는 연도표기는 두 자리로 2000년을 00으로 인식하게 되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일이 마비될 수 있어 커다란 대혼란과 재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들 걱정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문제 없이 새천년을 맞이했고 21세기가 열린 지도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21세기가 다다른 지금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이어져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탄생시켰다.

다가올 새로운 시간이 목적함수라면 현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의사결정변수다. 오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10년에 대한 생각은 예측과 계획을 넘어 꿈과 상상으로 그려져야 한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듯이 말이다.

칼럼리스트=이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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