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KBS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에서 정체불명의 무사 집단에게 습격을 받고 과부촌으로 피신해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전녹두로 분한 장동윤. 첫 방송 전 공개된 여장남자 포스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은 받았는데 이후 드라마에서 여장남자 캐릭터인 김과부와 여장을 하지 않은 전녹두의 간극을 적절하게 표현하며 한번 더 호평을 받았다. 이에 장동윤은 "여자도 중저음이 있고 남자도 하이톤이 있는데 흔히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과장된 몸짓이나 행동은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캐릭터 설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 '녹두전'에 출연하면서 여장남자가 화제가 됐다.

"가장 크게 신경 쓴 건 목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거였다. 녹두와 김과부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차이를 둬야 했기 때문에 목소리에서 그 차이를 두려고 했다. 처음에 회의할 때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그런데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 흔히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여장남자 캐릭터의 과장된 행동이나 몸짓은 안 하려고 했다. 어떻게 하면 김과부가 과장되지 않고 매력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 체형 관리도 신경을 썼나.

"원래는 녹두의 야성미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근육을 키우려고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김과부도 그렇고 녹두일 때도 날렵하면서도 탄탄한 편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체지방 관리를 많이 했다. 필라테스나 현대무용으로 스트레칭을 많이 하고 왠만한 약속 장소는 걸어다녔다. 대중교통도 이용을 안하고 세 시간에서 다섯 시간까지도 걸어다녔는데 살도 많이 빠졌지만 계속 걸으니까 힐링되기도 했다."

 

- 녹두를 얘기하려면 동주가 빠질 수 없다. 김소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사적으로 만났을 때는 그냥 그 나이 또래처럼 보였다. 순수하고 밝고 맑은 면이 많아서 나보다 동생이구나 생각했는데 현장에 가니까 달랐다. 거의 일평생을 배우로 살았어서 그런지 현장에서 여유가 있었다. 내공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게 소통하면서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게 신기했다. 디테일하게 연기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사적으로나 일적으로나 호흡도 잘 맞았다."

 

- 강태오와의 키스씬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평소에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다. 덤덤하고 굉장히 과감한 편이라서 오히려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대사 다 하고 하려고 하니까 멈칫하게 됐다. 한 번에 못하고 끊어서 했다. 아무래도 남자와 입맞춤을 하는 게 처음이니까 낯설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여러 번 찍고 나니까 나중에는 무덤덤했다. '어우 야 좋았어, 좋은데?'하고 장난도 치면서 했다."

- 결과적으로 녹두는 인생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녹두는 굉장히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걸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일종의 성과를 얻은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하다. 녹두에 대한 시청자와 팬의 입장에서 갖게 되는 애정 같은 게 나한테도 생겼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애착이 생겼다."

 

- 그래도 녹두를 연기하면서 불편한 게 있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긴 머리 같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긴 머리를 해봤다. 처음에는 엄청 불편했다. 머리 말릴 때 속까지 말리는 것도 힘들고 음식 먹을 때도 불편해서 빨리 자르고 싶었다. 여성분들이 남성분들보다 비교적 긴 머리인 분들이 많아서 여성분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적응을 하고 나니까 좋다. 장발로 나오는 캐릭터 연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여장을 또 해볼 생각도 있나.

"굳이 거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녹두랑 비슷하지 않은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새로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여장남자 캐릭터를 하나의 장점으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 그럼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은.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기자 같이 정의감 넘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아니면 변호사나 형사라든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에서 정의감 있는 역할을 담당해 보고 싶다. 그리고 여름향기 나는 풋풋한 멜로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

- 정의감 넘치는 면이 실제 본인 과거와 비슷해 보인다.

"성격이 워낙 불의를 보면 못 참는 편이다. 이런 면 때문에 안 좋은 점도 많아서 자중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나쁜 일을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거에 대한 가치관은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 불의를 못 참은 에피소드가 있나.

"이미 팬분들은 아실 수도 있는데 대학교 다닐 때 하숙을 했다. 학교 앞 하숙촌인데 근처에 고등학교가 두 개 있었다. 거기서 학생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더라.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니까 아침마다 할머니들이 그걸 치우시는데 학교 갈 때마다 그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싫었다. 할머니들이 학생들한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해도 말을 안 듣더라. 그래서 직접 잡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학주 선생님하고 친해져서 메세지도 주고 받으면서 엄청 많이 잡았다. 거의 1년 동안 잡았는데 많은 학생들이 많이 거쳐갔다. 다른 일화도 많지만 한도 끝도 없어서 다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유독 그런 일이 내 앞에서 많이 일어나는 거 같다."

 

-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랑 잘 어울린다. 그럼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두루뭉실한 표현이 좋다. 어떤 한 가지 색깔이 강한 것 보다 여러 장르를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많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연기해서 대중들이 떠올렸을 때 '장동윤은 좋은 배우'나 '정말 그 배우 때문에 많이 즐겁고 재밌었어'라고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에 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답일 것 같다. 대중들이 주는 칭찬이 최고의 수식어이지 않을까 싶다."

사진=동이컴퍼니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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