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토트넘 손흥민, '완전체'로 진화 중... 마라도나 골+도움왕 기세
EPL 토트넘 손흥민, '완전체'로 진화 중... 마라도나 골+도움왕 기세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12.08 16:45
  • 수정 2019-12-0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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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8일(한국 시각) 열린 번리와 EPL 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페이스북
토트넘 손흥민이 8일(한국 시각) 열린 번리와 EPL 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페이스북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약 75m를 질주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나온 디에고 마라도나(59ㆍ아르헨티나)의 골 장면 못지 않았다.”

장지현(46) SPOTV 축구 해설위원이 8일(이하 한국 시각)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번리전에서 나온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27)의 골을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손흥민은 이날 잉글랜드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팀의 5-0 대승에 힘을 보탰다. 해리 케인(전반 5분ㆍ후반 9분)과 루카스 모우라(전반 9분), 무사 시소코(후반 29분)의 골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전반 32분 터진 손흥민의 득점포가 압권이었다. 자기 진영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폭풍 드리블로 자신을 둘러싼 수비수 5명을 뚫어낸 뒤 최종 수비수까지 6명을 제치고 상대 페널티 지역 정면 근처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장지현 위원의 말처럼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전 마라도나의 약 60m 드리블 골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환상적이었다. 지난해 11월 25일 첼시전 하프라인 부근에서 약 50m 단독 드리블 돌파로 조르지뉴(28) 등을 따돌리고 넣은 손흥민 자신의 원더골을 뛰어 넘는 득점이기도 했다.

현지 중계진은 “거의 번리 선수단 전체를 뚫어내는 환상적인 골이었다”며 “공을 소유한 채 저렇게 뛸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보는 이들의 숨을 앗아가는 장면이었다”고 칭찬했다. 가까이서 본 조제 무리뉴(56) 토트넘 신임 감독은 "1996년 바르셀로나에서 고(故) 바비 롭슨 감독 옆에 앉아서 봤던 호나우두(43ㆍ브라질)의 골이 떠오른다"며 "호나우두가 미드필드 뒤에서부터 돌파해 골을 넣은 것과 오늘 손흥민의 골이 닮았다. 놀라운 골이었다"고 말했다. 유럽 축구에 밝은 한 관계자는 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신체 능력과 공간 이해도를 바탕으로 만든 영리한 골이었다”고 평가했다.

토트넘은 이번 승리로 승점 23(6승 5무 5패)을 기록해 기존 8위에서 5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정규리그에서 5골 7도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5골 2도움을 올리며 올 시즌 10골 9도움을 작성했다. 2016-2017시즌 21골(10도움), 2017-2018시즌 18골(11도움), 2018-2019시즌 20골(10도움)에 이어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득점ㆍ패스ㆍ수비까지 ‘척척

손흥민은 득점과 패스 능력, 수비 가담까지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그의 득점력은 스피드와 고급 드리블 기술, 골 결정력이 가미된 결과물이었다. 손흥민은 번리전에서 최고 시속 33.41㎞를 찍었다. 현지 신문 더 가디언은 손흥민이 후방에서 공을 잡은 순간부터 골을 넣은 이후 상대팀 골라인까지 달리며 포효하는 장면을 두고 “90야드(약 82m)를 15초에 주파했다(Approximately 90 yards in 15 seconds)”며 그의 스피드를 높이 샀다. 빠르게 드리블을 하면서도 중간에 속도를 조절하는 장면은 호나우두, 호나우지뉴(39ㆍ브라질) 등 과거 세계적인 골잡이들이 주로 활용했던 고급 기술이라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정작 손흥민은 원더골에 대해 "제가 잘해서 골을 넣었다기 보단 운이 좋게도 공을 치는 대로 공간이 생겼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동료에게 감사하다"고 겸손해했다.

손흥민은 경기 중 주변을 두루 살피며 날카로운 패스를 건네는 빈도도 이전보다 잦아졌다. 그는 올 시즌 EPL 14경기에 나서 7도움(2위)을 기록 중이다. 1위인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더 브라위너(15경기 9도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즌 도움왕도 바라볼 수 있는 순위다.

후방에서도 제 구실을 하고 있다. 무리뉴 체제에서 수비 가담이 더 늘었는데 사실 공격 포지션의 선수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부담스러운 지시다. 활동량이 늘어 체력 소모가 많아지게 되는 탓이다.

무리뉴 감독의 지시대로 손흥민은 지난 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1-2 패)에 이어 번리전에서도 수비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 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경기당 스프린트 횟수가 많아 후반에 체력적으로 지치는 모습도 종종 보이는데, 박싱데이나 장기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 더 대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물론 손흥민은 이와 관련해 “팀이 공을 소유하지 않을 때는 스트라이커부터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 팀을 위해서 수비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전천후 선수다운 면모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