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때로 어떤 일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 김미은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다니고 있던 어느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일은 김미은에게 '사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안긴 중요한 사건이 됐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기로 했다.

-'호텔 델루나'로 정식 배우 데뷔를 했다.

"첫 작품인데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배운 점이 많았다. 나중에 생각해도 '그 때는 그런 걸 배웠었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나.

"안양예고를 나와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졸업을 했다. 연기를 전공하긴 했는데 복합적인 이유들로 연기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그만두고 취업 스터디에 돌입했다. 토스 학원도 다니고 모의면접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메가박스 신입 공채가 떠서 지원을 했다. 영화관 관리직 업무를 하게 됐다."

-그러다 다시 연기자로 돌아선 이유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일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회사를 다니면서 '안정적인 삶이네'라고 생각하던 무렵이었다. 할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한 달 여 만에 결국 돌아가시게 됐다. 그 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입사 8개월 차였는데 사표를 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더라. 그 때부터 프로필 사진을 혼자 찍어서 프로필을 돌렸다. 그러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배우 프로젝트를 했는데, 거기에 독백 영상을 보낸 일이 지금의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아직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삶을 두고 온 데 대한 후회는 없나.

"오디션을 볼 때 떨어지고 그러면 힘들긴 하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고 나를 더 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사실 드라마 현장에 갔을 때도 막연하게 무섭고 두렵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까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래서 애써 미리 걱정하진 않으려고 한다. 연기를 전공하다가 취업을 하고 배급, 마케팅 수업도 들어 보고. 그렇게 맴도는 자신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연기를 좋아하고 잘하고 싶지만 직접 직업으로 삼았다가 꿈이 산산조각 나버릴까봐 두려웠고, 외면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일을 해 보니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 느껴진다. 대체될 수 없는 직업이라는 데 매료되는 것 같다."

-'호텔 델루나'에선 '신부 귀신'으로 출연해 여진구와 호흡을 맞췄는데.

"3월쯤 처음 여진구 배우와 만났다. 현장은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긴장하는 기색을 보이니 먼저 말을 걸어주고 핫팩도 챙겨주더라. 배려심이 많은 배우라는 걸 실감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가 있나.

"사극에 출연하는 걸 예전부터 꿈꿨다. 예전에 한국무용을 배우기도 했고 어릴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다니면서 마당극도 많이 봤다. 그래서인지 한국인만 가지고 있는 정서, 한 이런 것들이 좋고 옛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에도 흥미를 많이 느낀다. '신입사관 구해령' 같은 재미있는 퓨전 사극도 좋을 것 같고 핍박받는 여성들의 한이 사무친 작품도 좋을 것 같다."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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