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비아 크레스트 와이너리

운동으로 땀에 흠뻑 젖은 뒤 한 잔의 우유를 마실 때 느껴지는 꿀맛이 전달된다. 너무 달지 않으면서 최적의 감미 상태인 와인은 식도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잠시 여유를 갖고 한 모금 더 넘기면 아카시아 향과 복숭아 향이 근사하게 코에서 퍼진다. 달콤함에 우아함까지 느낄 수 있다. 경박하지 않은 우아한 달콤함이다.

미국 와인을 마시다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때가 있다. 천혜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와인이 선사하는 놀라운 맛 때문이다. 가격이 저가일 때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콜럼비아 크레스트 투바인스 리슬링(Columbia Crest Two Vines Riesling)’이 바로 그런 경우다. 리슬링 품종 100%로 만들어진 와인의 달콤함은 대단히 매혹적이다.

콜럼비아 크레스트는 미국 워싱턴 주에 위치한 콜럼비아 밸리에서 포도를 생산한다. 이 곳은 큰 일교차와 캘리포니아보다 더 긴 일조시간, 연간 200mm 밖에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기후가 특징이다.

큰 일교차로 인한 밤의 서늘한 기온은 올드월드(구대륙) 와인에서 볼 수 있는 산미를 도드라지게 한다. 여기에 긴 일조시간은 과실을 더욱 숙성시키고, 건조한 기후와 상호 작용해 뉴월드(신대륙) 와인의 특징인 과실의 풍미를 살린다. 정말 축복받은 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땅에서 나오는 포도로 만드니 맛있는 와인의 토대는 탄탄하게 구축된다.

콜럼비아 크레스트 와이너리는 도심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목가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하늘과 땅이 준 선물을 그대로 살리는 건 양조 총책임자인 레이 아인버거의 몫이다. 아인버거 는 나파밸리 ‘오퍼스 원’의 전성기를 이끌고,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클레르 미용’ 등에서 양조를 담당한 양조계의 거목이다. 자연과 사람의 멋들어진 하모니가 매혹적인 와인을 만들어 낸 셈이다.

투바인스 리슬링은 고급 와인이 아님에도 얼로케이션(allocation)으로 나라별 공급 물량을 한정한 데서 인기와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와인의 이름에 붙은 ‘투 바인스’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두 개의 나무줄기를 말한다. 이는 포도나무 열매가 햇빛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도록 줄기를 양 쪽으로 펼치고, 각 줄기에서 세부 줄기가 하늘을 향해 직각으로 올라가도록 만드는 콜럼비아 크레스트의 개성 있는 재배법을 상징적으로 뜻한다. 이를 통해 보다 풍부한 향기와 색상, 복합미를 지닌 와인으로 탄생한다.

적당히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좋아한다면 망설일 필요 없이 선택해도 좋다. 기대 이상의 맛으로 보답할 테니까.

투바인스 리슬링/ 와인21 제공

이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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