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현 회장, 주식 1220억원 어치 자녀들에게 증여
CJ제일제당과 CJ ENM이 CJ인재원 나눠 가져..."서로의 현실적 필요에 의한 것 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9일 두 자녀에게 CJ그룹 지분을 나눠주면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한스경제

[한스경제 김호연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자녀 경영승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회장은 전날인 9일 장녀인 이경후 상무와 장남 이선호 부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 중 5.4%에 해당하는 184만1336주를 절반씩 나눠줬다. 특히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CJ인재원을 비롯한 주요사업장의 토지를 매각하는 부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이 나눠준 주식은 신형우선주로 1주당 0.15주씩 배당을 통해 이 회장이 취득한 주식이다. 전체 주식 중 약 5.4%에 달하며, 2029년 보통주로 전환한다. 지분을 절반씩 나눠 받은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은 CJ그룹의 지분을 각각 3.8%, 5.1%를 갖게 됐다. CJ그룹의 주가가 평균 6만6000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가액으로는 약 1220억원 규모다. 증여세는 총 700억원 규모로 전체 가액의 57.4%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이나 비율로 봤을때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재현 회장의 지분 중 일부가 증여됐기 때문에 자녀들에 대한 본격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취득이나 주식의 권리가 10년 후에나 행사할 수 있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룹 총수의 지분이 자녀들에게 넘어갔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CJ그룹 전체를 본다면 CJ제일제당은 이선호 부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하는 CJ ENM은 장녀인 이경후 상무가 총괄하고 있는 점을 살펴보면 본격적인 경영승계에 앞서 자녀간 경쟁의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 절반씩 나눠준 주식은 큰 의미는 없지만 향후 실적이 좋은 자녀에게 더 많은 주식을 증여해 그룹 전체를 지휘할 수 있게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또한 이선호 부장은 최근 마약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어 CJ그룹의 총수를 이경후 상무가 맡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바 있어 자녀간 구도를 명확하게 위한 이재현 회장의 전략으로도 읽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보유한 신형우선주 전량을 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으로 세금을 모두 냈기 때문에 절차는 합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지분 증여가 아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은 맞으나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상무)와 이선호 CJ올리브네트웍스 부장. /CJ그룹

재계에서 CJ그룹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한 것은 같은 날 CJ제일제당이 부동산 매각 단행도 한 몫 했다. 최근 실적이 저조한 CJ제일제당은 강서구 가양동 유휴부지를 포함한 부동산을 매각해 매각대금 총 1조1328억원 규모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유동자산을 확보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이 매각한 부동산 중 CJ인재원의 절반이 포함됐다는 점이 재계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CJ인재원 건물을 사들인 회사는 같은 그룹 계열사인 CJ ENM이다. CJ ENM은 공시를 통해 해당 건물을 영화제작 부문의 업무공간 확보 및 임차비용 효율화를 위해 매입했다는 게 회사측의 전언이다.

CJ인재원은 과거 고(故) 이맹희 회장이 손복남 고문과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등 가족들과 살던 가옥이 있던 곳이다. 매년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기일이 되면 삼성그룹과 별도로 추모식을 개최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룹 내 상징성이 큰 CJ인재원을 CJ제일제당과 CJ ENM이 나누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CJ그룹 경영권 승계가 두 남매의 맞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CJ그룹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 지분 증여는 예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일이고, CJ제일제당의 부동산 매각은 공개입찰 등의 절차를 거치다 보니 날짜가 비슷해진 것이다”라며 “공시 날짜가 겹친 것도 우연히 이날 이사회가 열려 부동산 매각 건을 의결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공시 날짜는 얼마든지 조정할 수도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했다는 것은 어떤 복안을 가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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