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 부회장 재판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정기인사 진행돼
주요 경영진 유임 전망, 조직개편은 이뤄질 듯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국내 재계 순위 1위 삼성전자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이미 삼성을 제외한 LG, 현대, SK 등에서는 정기인사 발표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삼성만이 인사 발표를 남겨두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늦어도 이번주 중에 연말 정기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2월 6일 경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지만 올해는 둘째주가 돼서야 인사발표 예정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사발표를 늦게 하게 된 배경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당초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올해 안에 끝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밀리면서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해 먼저 인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서 삼성전자와 특검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하면서 재판부가 이를 채택하고 증인신문일을 내년 1월17일로 잡았다. 이에 최종 선고 역시 내년으로 미뤄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아야 오너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안정적 사업을 운영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화되는 재판에도 증인 출석을 요청하는 등 형량 낮추기에 집중하면서 인사계획 역시 늦춰잡은 것으로 판단된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뇌물로 쓴 86억원이 삼성전자에서 나온 자금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특경법상 횡령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지만, 50억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만약 뇌물 혐의가 그대로 인정돼 형량이 높아지면 재판부가 양형을 참작해줘도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고, 실형이 불가피한 만큼 삼성이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올해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인사시기를 고민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인사에서 실효적인 준법감시를 위한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단행할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서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했다면 이 사건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강조한 만큼 정기인사를 통해 김영수 상무가 맡고 있는 삼성전자 준법지원인 관련 조직을 확대하거나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조직개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 /사진=연합뉴스

총수의 부재 우려에도 미래사업 놓을 순 없어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이번주 중 정기인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사업 준비를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에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하는데, 하반기에 열리는 전략회의는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치고 새로운 임원진들과 함께 내년도 사업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와 디스플레이 쪽에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만큼 해당 분야에 인사와 조직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분야를 담당하는 신규 임원이 선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내년부터는 퀀텀닷(QD)-디스플레이 개발과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디스플레이 분야 인사와 조직개편이 대규모로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요 분야를 이끌고 있는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 고동진 아이티·모바일(IM)부문장(사장) 등 최고경영자 3인은 유임돼 현 사업을 지휘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들 3인방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조직 안정화를 위해 유임이 점쳐진다.

DS부문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계가 고전하는 상황에도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견인해 김 부회장이 유임하는데 있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CE부문 역시 TV 사업에서 QLED·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고, 비스포크 냉장고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가전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김 사장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IM부문은 올해 세계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를 출시를 앞두고 힌지 문제로 출시일을 미루는 등 다소 불편한 상황은 있었지만 올해 9월 국내 첫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을 이어가며 전반적인 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고 사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 사업을 이끌 조직개편에 대한 과감한 결단은 나올 수 있겠지만 주요 경영진들을 바꿔 사업에 지장을 줄 만큼 무리한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요 3인 경영진은 아직 임기가 남아 있고 이 부회장의 재판 등이 끝나지 않은 만큼 무리하게 인사를 내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만 미래 동력 확보 차원에서 인재 발탁이나 조직개편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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