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부동산PF 채무보증 제한, 내년 7월부터 단계적 적용...증권사 영향 제한적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규제 우려로 하락세를 보였던 증권사들의 주가가 10일 일제히 상승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너무 과도하다."

지난 5일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 발표 이후 상장 증권사들의 주가 하락에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이 정부 규제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과도한 우려와 함께 주가 하락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진단은 실제 주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증권사들의 주가가 10일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메리츠종금증권 주가는 전일대비 110원(3.06%) 상승한 3700원에 마감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상장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대우 역시 각각 1.19%, 1.23% 상승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각각 0.8% 가량 오름세를 보였다.

앞서 이들 대형 증권사의 주가는 부동산 PF 수익성 둔화 우려로 약세를 보였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PF 관리방안 발표 다음 날인 6일 주가가 11% 이상 급락했다. 같은 날 한국금융지주도 3% 이상 주가가 하락했으며,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도 소폭 주가가 빠졌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은 '제3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개최하고 부동산 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증권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부동산 PF채무보증과 PF대출 관련사항이다.

금융감독당국은 부동산 채무보증의 한도를 설정하고, 부동산PF 채무보증에 대한 자본규제 강화, 조정유동성비율 100% 미만 증권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 및 점검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중심으로 발행어음 운용제도와 기업신용공여 제도를 개선하고, 부동산 대출에 대한 신용위험 특례를 폐지키로 했다.

시장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부분은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의 한도 설정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 수준까지만 채무보증을 허용할 방침이다. 그간 특별한 규제없이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을 확대하면서 수익을 창출했던 증권사의 경우엔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물론 채무보증 한도에 대한 규제가 즉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우선 내년 7월 증권사 자기자본의 200%, 2021년 1월 133%, 같은 해 7월 100%로 단계적인 규제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채무보증의 한도 설정의 경우 자기자본에 대한 부동산 채무보증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비율 초과시 부동산 채무보증을 제한하기 때문에 증권사의 관련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자본규모가 큰 증권사들의 경우 현재 규제자본비율이 매우 높아 관련 사업에 즉각적인 제약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통해 유동성 비율에 대한 관리가 다소 용이하고, 규제 도입기간에서의 개선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증권사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대부분의 증권사는 (정부의) 부동산PF 규제로 인한 직접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관련 이슈로 인한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PF 채무보증은 약 2.7조원, 자기자본은 4.8조원으로 이번 규제안을 적용해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부동산PF 채무보증 약 2.5조원, 자기자본 9.1조원)와 삼성증권(부동산PF 채무보증 약 1.6조원, 자기자본 4.9조원) 등도 마찬가지다.

다만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부동산PF 채무보증액이 자기자본(3.7조원)의 2배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우려를 받고 있다.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금융당국의 규제안 발표 이후 부동산PF 관련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으며, 현재 문제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따라서 부동산PF 관련 자산을 급하게 처분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최근 양호한 실적과 함께 고성장을 이어온 만큼 올해도 고배당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규제가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급하게 자산매각을 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부동산PF의 만기구조 등과 관련된 시뮬레이션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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