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윤종규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송진현] KB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해 주식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자사주 230만361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규모를 주가에 대입하면 약 1000억원 규모다.

KB금융의 자사주 매각 소식이 알려진 9일 주식 시장에서 이 회사 주가는 전날 대비 1,050원(2.23%) 상승한 4만806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일에도 250원(0.52%) 상승하는 등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자사주 소각을 하면 그만큼 총 주식수가 줄어들면서 기존 주주들에게 배당금이 더 많이 돌아가는 등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B금융이 이번에 소각하기로 한 주식을 과거 매입하면서 지불한 금액은 주당 4만2100원으로 약 1000억원이다.

비록 소각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금융지주회사 중 자사주 매각에 나선 것은 KB금융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이 자사주를 유상 매각했다면 회사의 현금 유동성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각 대신 주식 소각 방식을 택하면서 주주들을 미소짓게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식 소각에 따라 KB금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믿음이 배가되면서 향후 유상증자 등을 할 경우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KB금융의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은 윤종규 회장의 혁신 경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KB금융 안팎의 해석이다. 윤종규 회장은 그동안 ‘혁신’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며 변화를 추구해왔다.

기존 은행 시스템 등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지능’을 무기로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감한 혁신을 주문하고 실천해 온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 KB금융그룹의 모토이기도 하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달 1일 KB국민은행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선 “머지 않은 미래에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은행의 경쟁자가 될 것이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래서는 직원들이 도전 정신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기존의 은행에 대한 개념에서 완전히 탈피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위상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이기도 할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오는 16일부터 본격 서비스할 알뜰폰 사업도 윤종규 회장의 혁신이 이끌어 낸 야심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업계 최초 알뜰폰이다.

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와 손잡고 내놓게 될 알뜰폰 ‘리브 모바일’(Livv M)은 통신과 금융의 결합으로 요약될 수 있다. 가령 급여 자동이체나 4대 연금 이체, KB국민카드 결제실적, 스타클럽 등급 할인, 제휴기간 할인 등을 적용받아 월 최대 2만2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윤종규 회장은 금융당국을 끈질기게 설득해 할인폰 서비스를 내놓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금융권 최초로 ‘셀러 론’이라는 공급망 금융(Supply Chain Finance) 상품을 도입해 이 분야에서 선도역할을 하고 있다. 공급망 금융이란 온라인 마켓의 셀러들이 은행에서 온라인 마켓 정산 기일 이전에 정산금을 대출받은 후 은행은 정산기일에 온라인 마켓에서 정산금을 받아 대출금을 자동 상환하는 상품이다.

위메프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 중소기업들이 결제 서비스가 이뤄지는 기간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다. 출시 1년만에 누적 대출금이 200억원대를 기록하는 등 중소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다른 한편으로 혁신 기업들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KB증권의 혁신펀드(3916억), KB인베스트먼트의 벤처펀드(2943억), 그룹 차원의 사회 투자 펀드(150억) 등이 혁신기업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내지 못하면 지금 잘 나가는 기업도 빠르게 도태될 수 있는 시대다. 윤종규 회장의 혁신 경영이 타 금융회사로도 확산돼 한국 금융권 전반에 혁신의 물결이 넘실대기를 기대해 본다.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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