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단계로 늘린 회장 선임 절차, 명단 공개해 투명성 강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전 KT 혁신기획실장), 최두환 포스코ICT이사(전 KT종합기술원장),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 부문 사장, 임헌문 전 KT Mass 총괄사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사진=각사,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KT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해 후보명단까지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포스트 황창규’ 찾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KT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KT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통해 회장후보 심사대상자 9명 중 비공개 요청한 1인을 제외하고 구현모, 김태호, 노준형, 박윤영, 이동면, 임헌문, 최두환, 표현명(가나다 순) 8명이 차기 회장후보에 올랐다고 공개했다.

KT가 이렇게 후보군까지 외부에 공개한 적은 처음으로 그간 정부가 지명한 낙하산 회장이 선임되는 등 논란이 많았던 만큼 이를 막고, 사내·외 후보를 면밀하게 살핀 뒤 KT 주도하에 차기 회장을 선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을 보면 KT 내부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부사장) 등이 회장후보에 올랐다.

그 외에도 KT 출신 인사들도 4명이나 포함돼 과거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이석채 전 회장이나,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창규 현 회장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KT 내부에서 회장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KT는 후보들을 검증할 때도 앞으로 KT의 미래가 달린 5G 사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성과 경영능력 등을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한 점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KT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회장 선임 절차를 변경한 바 있다. 기존에는 회장 선임 절차가 CEO추천위원회와 주총을 거치는 2단계로 끝났지만 정관 변경에 따라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주총을 거치는 4단계 시스템으로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사내와 사외 후보 모두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이 아닌 사내·외 후보 공모·추천을 별개로 진행하도록 하면서 사내 인사 선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또 황 회장이 그동안 내부 출신 CEO 가능하도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한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복심들이 그대로 KT에 남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지적들로 인해 황 회장은 지난 4월 KT 청문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프로세스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이사회의 회장 선임 과정에 불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 명단 공개와 회장 선임 절차가 강화된 점을 놓고는 KT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황 회장 역시 이사회 추천을 받아 선임된 만큼 이사회가 가진 영향력이 큰 것은 맞지만 이번 회장 선출에서는 이사회 추천 권한을 행사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후보자 명단까지 공개하면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였다.

이에 9명으로 좁혀진 후보들은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자격심사와 심층면접을 거쳐 2~3명의 후보로 가려질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차기 회장후보 명단이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넘어간 만큼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며 “이사회에서 추천한 회장후보는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