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권 기자] LG그룹 2대 회장으로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간 그룹을 이끌었던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10시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다.

구 명예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명예회장의 6남 4녀 중 장남으로 1925년에 태어났다. 1945년 진주사범학교 졸업 후 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다 1950년 LG의 모기업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입사한 이래 20여 년간 현장에서 경영 역량을 쌓았다.

LG그룹의 모태인 화학과 전자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구 명예회장은 1969년 말 부친이 타계하면서 이듬해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이후 25년간 LG그룹을 이끌면서 화학과 전자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고인은 생전 국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사람 만이 경쟁력이라는 '강토소국(疆土小國) 기술대국(技術大國)' 철학을 강조했다.

이에 구 명예회장은 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신기술 확보에 주력해 회장 재임 기간에 설립한 국내외 연구소만 70여개에 이른다.

취임 이후에는 범한해상화재보험과 국제증권, 부산투자금융, 한국중공업 군포공장, 한국광업제련 등을 인수했고 럭키석유화학, 금성반도체, 금성일렉트론 등을 설립하는 등 외형을 키웠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동유럽, 미주 지역에 LG전자와 LG화학의 해외공장 건설을 추진해 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재임기간 동안 50여 개의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구 명예회장은 총수의 수직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의 권한을 이양하고 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는 '자율경영체제'를 그룹에 확립했다.

구 명예회장은 70세이던 1995년 1월 럭키금성 그룹을 LG그룹으로 바꾸고 '21세기를 위해서는 젊고 도전적인 인재들이 그룹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며 장남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을 넘겨줬다.

고인이 경영에서 물러날 당시 LG는 30여개 계열사에 매출액 38조원의 재계 3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1972년 초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지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인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2015년까지 LG복지재단 이사장직은 유지하며 교육 활동과 공익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에 관여해 왔다.

또한 충남 천안에 있는 천안연암대학 인근 농장에 머물면서 버섯을 재배하며 취미생활을 이어 갔고, 2002년에는 된장, 면류, 만두류를 생산하는 식품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지난해 타계한 구본무 LG 회장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6남매를 뒀다.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 LG그룹 측은 “별도의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