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배우 류준열과 반년도 안 지나 다시 마주했다. 지난 2월 지독한 감기에 걸려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어했던 때와 달리 이번엔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걸어왔다. 올 초 끝난 ‘응답하라 1988’(응팔)로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후 영화, 드라마, 화보, 광고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다소 지친 모습도 언뜻 보였다. 하지만 “스스로도 수행하고 있는 스케줄이 타이트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웃고 해낼 수 있는 건 팬들 덕분이다”며 인터뷰 장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팬들이 많이 모였다.
“긍정적 에너지를 많이 준다. 과거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받았던 에너지를 이제는 팬 들에게 많이 받고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에 바로 들어가는데 이렇게 빨리 차기작을 선택할 수 있는 이유도 팬들 때문이다. 작품을 기다린다는 메시지가 많았고 나도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

-종영한 ‘운빨로맨스’의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아쉽겠다.
“사실 시청률보다 작품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시청률이 나오지 않은 것은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드라마 소재인 점에 관심이 있나.
“개인적으로 전혀 믿지 않는다. 오히려 점괘에 반하는 행동들을 일삼는다. 물을 조심하라고 하면 물가에 가고, 손 없는 날을 피하라 하면 손 있는 날을 고른다(웃음).”

-황정음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는 선배님으로서의 어려움이 있었다.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서슴없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했다.”

-‘응팔’때와는 현장 분위기가 달랐을 텐데.
“‘응팔’은 어린 친구들이 많았는데 ‘운빨’에는 나이대가 비슷한 선배님이 많았다. 또 ‘응팔’에서는 다같이 모여 웃고 떠드는 장면이 많은 반면 ‘운빨’은 (황)정음 선배님과 둘이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다.”

-애교 장면이 인상 깊었다.
“말 그대로 연기였다. 정말 단전부터 끌어올린 애교다. 힘든 애교 장면은 없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정음 선배가 잘 받아줘 다행이었다.”

-실제로 애교가 없나.
“최근 들어 나의 애교를 알게 됐다. 드라마 ‘운빨’, 영화 ‘더킹’, ‘택시운전사’ 등 선배님들을 많이 만나면서 애교가 생겼다. 없던 애교가 올라온다.”

-생애 첫 키스신도 찍었다.
“나름 나이 서른이 넘은 배우 입장에서 (초보)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메이킹 필름 보니까 티가 났다. 표정도 부끄럽고 내 시선이 어디로 가야할 지 방황하더라. 주변 친구들이 키스신을 보고 드라마 관람을 포기했다고 했다. 내 실제 연애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면서(웃음). 정음 선배가 베테랑답게 리드해줬다. 극중에서도 심보니가 먼저 다가와 뽀뽀하는 신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여자는 이상형으로 어떤가.
“너무 좋다. 용기 있는 선택에 늘 박수를 보낸다. 남녀를 떠나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랑 고백이 아니더라도 신념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연하의 혜리와 연상의 황정음, 어느 쪽이 편했나.
“연기하는데 있어 상대 배우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선배와의 호흡은 배울 점이 많다. 멜로 장면에서도 정음 선배가 팁을 많이 줬다. 후배 배우나 동갑내기 배우들과 할 때는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 속에서 같이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멜로 연기의 필살기가 있나.
“딱히 그런 것은 없고 캐릭터에 집중했다. ‘운빨’의 수호는 보니를 만나기 전과 후 확연하게 달라진다. 연애를 글로 배운 느낌이다가 나중에 애교도 부리는 모습이니까. 연기라고 느끼는 순간이 없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 했다.”

-수호를 떠나 보내는 소감은.
“이별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곧장 다른 영화를 찍게 됐다. 그냥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텍스트에 있는 수호를 잘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수호 나름대로 속앓이를 한 것 같다.”

-스케줄이 너무 바쁘다.
“원래 심심한 걸 안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운동도 축구처럼 활동적인 것을 즐긴다. 고즈넉한 시간도 좋겠지만 내 성격상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들이 연기에 있어 도움이 된다.”

-계속되는 러브콜의 이유는 뭔가.
“천운 혹은 운빨? 내 능력보다 주변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하다. 일단 현장 매니저도 고맙고 또 촬영장의 배우와 스태프들의 배려와 이해가 절실하다.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 쉽게 말하면 인복을 타고 났다.”

사진=이호형 기자

 

황지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