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고일만 지나면 조건 변경있더라도 아무 관계 없어
전문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주택 회수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아파트를 공급할 때 신혼부부 또는 노부모 부양자 등 특정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일반 청약자들과 경쟁을 하지 않고 분양 받을 수 있도록 일반공급 중 10% 이하를 특별공급 물량으로 배정한다. 정책적·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 자격을 입주자 모집 공고일까지만 유지하면 돼 사익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특별공급 신청을 위한 자격 유지 기간은 입주자 모집 공고일 당일까지다. 그 이후라면 이혼을 하든 부모를 모시지 않든 관계없다. 신혼부부와 노부모 부양자 등이 아닌 이들이 특공으로 주택을 분양받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별공급은 사회 계층 중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공급에 앞서 일반공급 중 주택 건설 물량의 일정 부분을 공급하는 제도다.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 노부모 부양 가구 등이 대표적인 특공 대상자다.

다만 신혼부부거나 노부모 부양가구라고 해서 특공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혼부부의 경우 세대주 및 세대원이 무주택자 여야 하며, 혼인신고일이 모집공고일 기준 5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자녀도 있어야 한다.

노부모 부양자 역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 구성원이어야 하며, 만 65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3년 이상(같은 세대별 주민등록표상에 등재) 부양한 무주택 세대주 일 것을 요구한다. 다른 특별공급 대상자 역시 마찬가지로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렇듯 특별공급 대상자 자격요건에 제한을 둔 까닭은 그 중에서도 거주 안정이 절실한 계층에게 주택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재는 이 자격 여부를 입주자 모집 공고일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고일 다음날 노부모와 세대분리를 하더라도 노부모 부양자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특공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근거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및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운용지침’ 등 관련규정 내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무주택세대구성원”이라는 문구다. 국토교통부는 법률에 근거해 자격 여부 기준점을 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특공 자격을 확인하기 위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입주자 모집 공고일로 정한 것"이라며 "그 이후 노부모를 부양 안하게 되더라도 특별한 제재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공 대상 자격 판단기준이 제도의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기준일을 통과했다고 이혼 후에도 신혼부부로 간주한다는 것은 특공 취지를 흔드는 행태"라며 "그런 경우는 주택을 다시 회수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별공급이 특정 계층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을 해주겠다는 것인데, 기준일이 지났다고 그 혜택을 그대로 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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