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낙관주의자’ 콜린 벨과 ‘현실주의자’ 파울루 벤투
[현장에서] ‘낙관주의자’ 콜린 벨과 ‘현실주의자’ 파울루 벤투
  • 부산=박종민 기자
  • 승인 2019.12.16 14:47
  • 수정 2019-12-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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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왼쪽)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과 파울루 벤투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 /KFA 제공
콜린 벨(왼쪽)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과 파울루 벤투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 /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낙관주의자’는 어려운 환경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을 지칭하며 ‘행동하는 긍정주의자’라고도 한다. 이에 반해 ‘현실주의자’는 현실의 조건이나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며 그에 입각해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현장에서 마주한 콜린 벨(58ㆍ잉글랜드)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전자에 가까웠고, 파울루 벤투(50ㆍ포르투갈)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후자에 가까웠다.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 동아시안컵 여자부 2차전을 3-0 승리로 끝낸 뒤 벨 감독은 "첫 승리를 해 행복해요"라는 한국어 소감으로 취재진의 입 꼬리를 올렸다. 그는 앞서 10일 중국전(0-0 무) 직후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도 “행복해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벨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했다. 2골을 넣은 강채림(21ㆍ현대제철)을 두고 “잠재력이 풍부하고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어리고 배워나갈 부분이 많다는 건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라며 "함께 경기를 준비해 나갈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빠르고 일대일 플레이에 능하며 결정력을 지닌, 제 플레이 스타일과 잘 맞는 선수다"라며 "전술 학습은 필요한데, 경험을 통해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다. 치열한 상황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벨 감독은 이날 강채림이 골을 넣자 하이파이브를 하며 어린 선수의 사기를 북돋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듯 어린 강채림은 더욱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며 활약했다.

반면 벤투 감독은 ‘현실주의자’이면서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분석적이면서도 냉철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선수들의 활약, 태도, 투지 등이 상당히 좋았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11일 홍콩전(2-0)과 중국전 모두 결과에 비해 경기력이 답답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효율성을 높이는 등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하지만, 제가 있는 한 수비적으로 팀을 운영하면서 역습을 노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스타일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원칙 고수의 입장을 나타냈다.

김판곤(50)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은 벤투 감독과 관련해 본지에 “평소 성격은 시원시원하고 남자답지만, 일에서만큼은 디테일하고 프로페셔널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축구협회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참모나 스태프에겐 따뜻하고 자상하게 대하지만, 일을 할 때는 철두철미하고 빈틈없는 면을 보여주신다”고 털어놨다. 벤투 감독은 동료 선수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라는 취지로 선수단에 식사시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도록 주문하기까지 했다.

벤투 감독은 18일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대회 우승 결정전 일본전과 관련해서도 “상대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우수하고 수비를 할 때도 적극적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하루를 더 쉰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고 현실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17일 오후 7시 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일본과 맞붙는 벨 감독은 각오를 다지기 보단 오히려 “향후 더 많은 관중이 여자 대표팀 경기를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고 웃었다.

남녀 축구 대표팀 감독이 확연히 다른 성격과 지도 스타일로 동반 우승에 도전하는 모습은 대회 기간 현장에서 느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17일 벨 감독의 입에선 “우승해서 행복해요”라는 말이, 18일 벤투 감독의 입에선 “효율적인 축구로 경기를 지배했다”는 소감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