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어설픈 반항아와 의욕충만한 반항아가 진짜 세상을 만나면 어떻게 변할까. 영화 ‘시동’(18일 개봉)은 완벽하지 않은, 사회에서 ‘비행 청소년’으로 불리는 두 반항아의 특별한 성장을 다루며 진한 감동을 준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만화적인 설정으로 풀어내 코믹함을 배가시켰다.

‘시동’은 조금산 작가의 동명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한 휴먼드라마다.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시동' 리뷰.

영화는 택일과 상필의 각자 다른 선택을 통해 맞이하는 변화 과정을 유쾌하게 푼다. 엄마 정혜(염정아)의 문제아들 택일은 학교를 그만둔 자퇴생이다. 시시콜콜한 싸움을 일삼고 늘 불만이 가득하다. 정혜와 크게 싸운 택일은 그 길로 군산을 간다. 배가 고파 들어간 중국집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고, 중국집 배달부로 일하게 된다. 중국집 주방장인 거석이형은 택일의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택일은 거석이형과 실랑이를 통해 점점 성장한다. 또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비슷한 경주(최성은)를 만나게 된다. 경주 역시 택일을 변하게 하는 인물이다.

반면 서울에 살고 있는 상필은 친한 지인인 동화(윤경호)를 통해 사채업체에서 일하게 된다. 처음엔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월한 일로 여겼지만 점점 자신이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게다가 상필이 돈을 받아야 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절친한 친구 택일의 엄마 정혜다. 상필은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일에서 손 떼고 싶어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시동’이 말하고자 하는 건 선택과 길에 대한 메시지다. 택일은 비록 중국집에서 일하지만 그 안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점차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간다. 누구와도 함께 ‘겸상’하기를 꺼린 택일이 중국집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은 그가 곧 가족의 구성원이 됐음을 알게 한다.

상필을 통해서는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보여준다. 노력 없이 번 돈의 대가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영화에는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에 대한 대사가 끊임없이 나온다. 관객으로 하여금 현재 내 위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메가폰을 잡은 최정열 감독은 “‘이런 일을 해야 돼’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언제든지 다시 돌아가서 시동을 켜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택일의 마지막 대사인 ‘어디로 가든 길은 나온다’는 말이 곧 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다. ‘시동’은 삶의 흥미를 잃고 하루하루 힘없이 살아가는 축 처진 청춘을 위로한다.

‘시동’은 누구나 겪는 일상과 현실을 단조롭게 그리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한 두 인물의 선택과 결과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놓는다. 다소 폭력적이고 자극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도 영화 특유의 만화적인 설정으로 부드럽게 순화된다.

독특한 캐릭터들의 면면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 동안 주로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한 박정민은 미워할 수 없는 반항아 택일 역을 완벽히 흡수한 연기를 펼친다. 허당 같은 캐릭터로 분한 정해인 역시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와 상반된 연기로 재미를 준다.

뭐니 뭐니 해도 마동석의 충격적인 비주얼이 영화의 큰 웃음포인트다. 파격적인 단발 헤어 스타일로 등장부터 시선을 강탈하는 그의 코믹한 연기가 신의 한 수다. 특히 극 중 트와이스 춤을 직접 소화하며 깜찍한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시동’에는 이렇다 할 큰 에피소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삶과 밀접한 일상과 인물들의 성장 과정을 따뜻하게 풀어내며 여운을 준다. 반복되는 일상에 힘들어하는 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영화다. 러닝타임 102분. 15세 관람가.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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