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2019년 가요계는 1년 내내 시끄러웠다. 1월 터진 '버닝썬 사건'을 시작으로 대표이사 양현석, 빅뱅 전 멤버 승리,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의 도박, 횡령, 마약 혐의을 비롯해 성범죄, 학교폭력, 그룹 탈퇴, 사재기 등 수많은 사건들이 터지고 또 터졌다. 어찌 보면 2019년은 한국 가요계의 그림자가 드러난 한 해였다.

버닝썬.

■ 논란을 넘어선 국민적 충격… '버닝썬 게이트'

숱한 사건·사고들 속에서도 여전히 가장 크게 대중의 뇌리에 남아 있는 사건을 꼽자면 '버닝썬 게이트'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한 '논란'이 아닌 '게이트'라는 표현까지 쓸 수 없는 이 사건은 지난 1월 촉발됐다. 시작은 단순한 폭행 시비 같았다.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대표이사로 있던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직원과 손님 간 폭행이 벌어졌고, 이 때 클럽 관계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 모 씨가 경찰로부터 2차 가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면서 경찰과 클럽 간 유착까지 수면 위에 올랐다.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르기 전 승리는 사내이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제외시켰으나 클럽 버닝썬에서의 마약, 성범죄 의혹 및 강남경찰서와 유착관계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졌고, 승리가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입대까지 미루고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때 승리가 성접대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담긴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원본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되면서 또 하나의 논란이 가지를 치고 나왔다. 승리가 속했던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에서 가수 정준영 등이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 및 사진을 유포하고 심지어 집단 성폭행을 했다는 정황까지 나온 것.

경찰은 지난 5월 승리에 대해 성매매 알선, 성매매, 버닝썬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또 승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 등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면서 도박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달러를 빌리고 국내에서 원화로 갚는 '환치기' 수법을 썼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의혹에 대해선 혐의를 발견하지 못 했고, 매년 1~회 정도 수억 원대의 상습 도박을 했다는 점을 확인, 불기소 송치했다.

정준영(왼쪽)과 최종훈.

정준영과 최종훈의 경우 지난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 같은 해 3월 대구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와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 11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로 각각 징역 7년과 5년을 구형 받았다. 이 외에 이들과 함께 기소된 소녀시대 유리의 친 오빠인 권 모 씨와 버닝썬 MD인 김 모 씨에게는 10년이, 연예기획사 전 직원 허 모 씨에겐 징역 5년이 구형되기도 했다.

■ 악플,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이번 해 가요계를 강타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악플'이다. 악플로 인한 폐해에 대해 많은 누리꾼들이 우려의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연예계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에 돌입했다.

악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촉발한 건 에프엑스의 전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한 설리의 사망이다. 평소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과 꺾이지 않는 소신으로 팬과 안티를 모두 안고 있던 고 설리. 여기에 고인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해왔다.

안타까운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설리가 세상을 떠난 지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 고인과 절친한 사이였던 카라의 전 멤버 구하라마저 세상을 등지고 만 것. 구하라의 경우 전 남자 친구인 최종범 씨와 폭행 및 불법 성관계 영상 촬영 등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던 상황. 엄연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구하라의 평소 행실과 성격 등을 문제 삼고 성희롱하는 무분별한 악플들이 많았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두 스타의 사건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익명성 뒤에 숨은 무분별한 악플을 근절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 물살을 탔다. 많은 스타들이 악플의 폐해에 목소리를 냈고, 대한가수협회까지 소속 회원들의 건강하고 안정된 가수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본격 활동에 돌입하겠다고 결의했다.

사재기 의혹 제기한 박경 트위터.

■ 가요계 고름, '음원 사재기'

연말 가요계의 핫 이슈는 '음원 사재기'다.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자신의 SNS를 통해 몇몇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음원 사재기 의혹 제기를 한 이후 여기저기서 고름 터지듯 증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올해 음원 차트에 의심을 보인 사람은 박경 혼자가 아니다. 늘 댄스 장르의 음악이 강세를 보이던 차트를 지난 여름 발라드 곡들이 장악하면서 누군가 차트를 임의적으로 조작하는 것 같다는 의혹이 나왔다. 특히 팬덤이 약한 몇몇 스타들의 음원 사이트 그래프가 증거로 제시됐다. 이용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는 아이돌 스타들의 팬들이 집중 스트리밍을 하는 시간. 이 시간대에 갑자기 폭등하는 그래프들이 연이어 관찰됐다.

결국 오반, 김나영, 임재현, 벤 등 여러 가수들이 사재기 의혹을 받게 됐고, 새벽 시간대엔 차트를 움직이지 않은 '차트 프리징' 제도까지 도입됐다. 하지만 이 빈틈을 이용한 사재기 움직임이 여전히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

'음원 사재기'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박경 외에도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라는 가사의 노래로 사재기를 저격한 마미손, 가수 딘딘 등이 음원 사재기 근절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이승환 등은 실제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음원 사재기의 실체를 잡기 위해서 필요한 건 누가 어떤 시간대에 어떤 장소에서 특정한 노래를 반복 재생하고 있느냐를 확인할 수 있는 로그 데이터. 하지만 이 로그 데이터는 음원 사이트에서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 자료이기 때문에 심증 이상의 증거를 찾기 어렵다. 사실 기계가 스트리밍을 하더라도 음원 사이트 입장에서는 이용량이 느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사이트에서 나서서 사재기를 근절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게 많은 리스너들의 공통된 의견. 결국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기관에서 나서 단속해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OSEN, 박경 SNS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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