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일전 마친 한국 여자축구, 대화 많이 하는 소통의 팀으로 거듭
[현장에서] 한일전 마친 한국 여자축구, 대화 많이 하는 소통의 팀으로 거듭
  • 부산구덕운동장=이상빈 기자
  • 승인 2019.12.17 21:32
  • 수정 2019-12-18 11:25
  • 댓글 0

한국, 일본에 0-1 아쉬운 석패
패배에도 빛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대한축구협회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대한축구협회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콜린 벨(58ㆍ잉글랜드) 감독이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맡고 나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선수들 간 소통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경기장에서도 말을 많이 하도록 강조한 벨 감독의 지시대로 선수들은 공을 잡거나 잡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대화로 소통한다.

1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한국의 2019 동아시아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 3차전은 달라진 여자축구의 현재를 유감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선수들은 전반전 시작과 동시 거칠게 기선제압에 나섰다. 기술적이면서 패스 중심 플레이를 펼치는 일본 선수들을 중원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킥오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눈에 띄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국 선수들의 목소리가 그라운드에 크게 울려 퍼진 것. 북을 활용한 붉은악마 응원도 선수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넘지 못했다.

TV로 봤다면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중계 소리 때문에 듣지 못했을 선수단 ‘소통의 울림’이 경기장에서는 귀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 대화에 가장 적극적인 선수는 11명 중 유일한 비(非) 필드 플레이어이자 대표팀 맏언니인 골키퍼 윤영글(32ㆍ경주 한수원)이었다. 최후방에서 그라운드를 가장 넓게 보는 만큼 수시로 소리치며 동료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일본이 공격 기회를 잡을 땐 “잡아”라고 반복해서 외쳐 수비진의 집중력을 북돋웠다. 마치 그라운드 위 감독을 보는 듯했다. 네 명의 수비수 김혜리(29), 심서연(30), 장슬기(25ㆍ이상 인천 현대제철), 홍혜지(23ㆍ창녕WFC)도 소통에 발 벗고 나섰다. 같은 그라운드에서 뛰는데도 한국은 동적, 일본은 정적으로 움직였다. 조용히 조직적인 플레이에만 집중한 일본과 큰 차이를 보였다.

끊임없이 소통했지만 한국은 끝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전반전을 득점 없이 마치고 맞이한 후반전에서도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일본의 날카로운 역습에 수비 뒤 공간이 자주 뚫렸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41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심서연의 핸드볼 파울로 일본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키커로 나선 모미키 유카(23ㆍ닛폰 TV 벨레자)가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가르는 슈팅으로 이날 경기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살랐지만 득점과 인연이 없었다. 한일전서 0-1로 통한의 패배를 맛봤다. 한국은 1승 2무 준우승로 동아시안컵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비록 우승 꿈은 물 건너갔지만 벨 감독 부임 이후 첫 승과 함께 소통의 팀으로 거듭났다는 중요한 성과를 따냈다.

외국인 감독이 왔다고 해서 대표팀 전력이 갑자기 강해지진 않는다. 다만 새로운 색을 입히는 건 가능하다.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73ㆍ네덜란드) 감독은 한국 남자축구의 체질을 개선하면서 선수들 간 선후배 위계 질서를 없애는 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선수들은 하나의 팀으로 뭉쳐 4강 결실을 이뤘다. 적어도 벨 감독이 온 뒤 여자축구 대표팀은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 시작은 대화와 소통이다. 대표팀의 작은 부분부터 달라지는 점은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벨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고 상대 페널티 지역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건 개선해야 할 점”이라며 “동아시안컵 세 경기 수비 조직력은 모두 만족스러웠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팀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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