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 민훈기라는 이름으로 출연, 생방송 경연까지 가며 큰 인기를 끈 빈센트. '슈퍼스타K3' 이후 한동안 활동을 이어가다 약 3년의 긴 휴식기를 가졌다. 스스로 '반백수'라 할 만큼 이렇다 할 활동 없이 지낸 시간들. 자신감이 떨어질 무렵 그를 일으켜 세운 건 한 팬이었다. 그는 "그 팬 덕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했다.

-오래 휴식기를 가졌는데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쉬면서 음악 작업을 많이 했다. 이름을 빈센트로 바꾸고 나서 어기지 않았던 룰이 분기에 한 번은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싱글을 내든 OST를 하든. 최장 기간 동안 일을 안 했던 게 10개월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때도 놀지 않고 곡을 많이 썼다."

-빈센트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게 된 이유는.

"빈센트라고 하면 백이면 백 빈센트 반 고흐의 팬인 줄 알더라. (웃음) 그런데 그 분과 상관은 없다. '앙투라지'의 광팬이라 주인공 빈센트의 이름을 딴 거다."

-'앙투라지'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가.

"주인공들의 생활이 너무 좋아 보였다. 우정도 있고. 드라마 보면서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예명은 뮤지션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게 음악은 삶의 위에 있는 게 아니다. 삶을 아름답게 하는 도구다. 때문에 음악을 하려고 내 삶을 괴롭게 하고 싶지 않다. 고흐나 고갱처럼 살기 보다는 모네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 '앙투라지'의 주인공들을 자신과 우정을 해치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힘들어하거나 그런 결정적인 순간에 커리어 대신 사람을 선택하려는 의지도 보인다. 그런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처음 음악을 시작하고 '슈퍼스타K3'에 나가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 밴드를 했다. 그 때는 록 음악을 좋아했다. 메탈 키드였다. 그러다 23살 때 전역을 하고 쇼핑몰을 했다. 블로그로 옷을 파는 게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장사가 너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친구가 '너는 스타일이 독특하니까 3차까지는 갈 거다' 그래서 급하게 준비를 해서 '슈퍼스타K3'에 나가게 됐다."

-그러다 왜 휴식기를 가졌나.

"'메탈 키드'로서 내가 가졌던 이상과 현실이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 때는 또 지금보다 더 어렸으니까 그런 괴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 사이 집안 사정도 여의치 않아지고 해서 쉬는 동안 학교를 다녔고, 졸업하고 취직을 할까 그런 고민도 했다. 실제 증권쪽으로 준비도 좀 했다."

-다시 음악으로 마음을 돌리게 된 이유는.

"'슈퍼스타K3' 때부터 날 좋아해 줬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난치병을 앓고 있다. 어느 날 '이건 음악이 아니야'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똥존심'을 부리다 2시쯤 집에 들어갔다. 그 때 페이스북 메시지가 온 거다. '갑자기 악화가 돼서 수술하러 가는데 오빠 노래를 들으면서 힘을 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 때는 누구 앞에서도 내가 가수란 말을 안 했다. 유명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누군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를, 내 노래를 떠올려 줬다는 게 너무 고마운 거다. 그 순간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 사람은 내가 이러고 있는 순간에도 내 목소리를 듣고 힘을 내주는구나' 싶었다. 그 때 집 앞에서 한참 울고 빈센트로 개명을 하게 됐다. 모자라더라도 곡을 써서 앨범을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팬에게 남다른 감정이 들겠다.

"어떻게 보면 충격이었다. 한, 두 명이라도 내 음악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아, 정말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일이구나, 대충하면 안 되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그 때 했던 것 같다."

-최근 들어 계속 직접 곡을 쓰고 있는데.

"빈센트로 개명하기 전과 후의 극명한 차이가 그거다. 남의 곡을 받았느냐 아니면 내 곡으로 나왔느냐. 당연히 좋은 곡이 있으면 수급하겠지만 아직은 내 음악적인 영역을 확대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최근 크롬엔터테인먼트에 새둥지를 틀었는데.

"혼자 작업을 하고 음원을 유통할 때 몇몇 유명인사 분들이 언급을 해 줘서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고 OST가 잘 돼서 노래가 많이 들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매니지먼트적인 인프라가 없으니까 거기서 더 올라가지 못 하고 슉 꺼지고, 슉 끝나고 하더라. 그래서 매니지먼트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크롬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이 내 음악을 많이 칭찬해 주고 '팬으로서 제작해 주고 싶다'고까지 하셔서 계약을 하게 됐다. 회사에 자리를 잡으니 장비가 좋아졌다. 제작 여건이 좋아진만큼 내가 머리로만 구상했던 것들을 다 펼쳐 보고 싶다."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내가 예능감이 없어서 방송 욕심은 별로 없고 라디오나 소규모 공연들을 진행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음악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초보 작곡가들이나 싱어송라이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의외로 회사에 있을 때와 비교해 벌이가 나쁘지 않다. 수백 만 원을 벌진 못 했지만 곡을 내고 6개월 정도면 본전을 찾고 제작비, 담배, 술, 교통비 할 정도의 돈은 벌렸다. 회사가 있으면 수익을 분배해야 하는데 혼자 하면 수익이 100% 내 것이 되니까 크게 잘되지 않더라도 입에 풀칠을 하고 살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대단히 큰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일단 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최소한으로 하면 50만 원 정도면 녹음을 한다. 영상 편집, 티저 같은 걸 직접 만들어서 유통하면 된다. 그만큼 바빠지지만 또 그만큼 돈이 굳는 거다. 어차피 일 안 하는데 시간 많지 않나. 남는 시간에 딴 짓 안 하고 곡 쓰고 재킷 만들고 꾸준히 하면 된다."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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