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4기' 유상철의 진심과 이천수의 배려 [박종민의 시저스킥]
'췌장암 4기' 유상철의 진심과 이천수의 배려 [박종민의 시저스킥]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12.18 13:51
  • 수정 2019-12-1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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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박종민 기자
지난 5월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모습. /박종민 기자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제가 따로 드릴 말씀은 없네요. 옆에 계신 유상철(48) 감독님께서 직접 말씀하실 것입니다.”

이천수(38)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은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같은 팀 유상철 감독에 관해 말을 아꼈다.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유 감독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이천수의 성격을 미뤄보아 구단에 관한 다른 이야기였다면 직접 나서 얘기할 법도 했지만, 유 감독에 관해서 만큼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의 말 한 마디가 의도와 다르게 기사화돼 유 감독에게 해가 될까봐서다.

유 감독과 이 실장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쏘아 올린 거스 히딩크호 멤버들이다. 이날 만난 유 감독에게 ‘2002 한일 월드컵 멤버들이 위로도 많이 해줬을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전화도 해주고 병원도 와서 걱정이나 위로도 많이 해주셨다. 다만 저는 환자 당사자이고 투병 중이라 주위 분들이 그런 위로를 건네는 것 조차 망설이시는 느낌이 들더라. 저에게 딱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른다는 느낌 말이다”라고 털어놨다.

유 감독은 올해 K리그 대상 시상식조차 참석하기 싫었다고 했다. 그는 “저에게로 시선이 쏠리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 감독은 기자와 한동안 대화를 나누면서도 팀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제가 몸이 좋지 않은 것 때문에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저는 사실 팀이 잔류를 한 게 제일 기분 좋다”고 웃었다.

구단은 지난 1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2019시즌 마지막 라커룸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영상에서도 팀과 선수들을 위하는 유 감독의 모습은 엿보였다. 영상에서 유 감독은 “다들 팀을 위해 희생해주고 동료를 위해 참고 배려해주고 양보해줬다. 정말 고맙다”며 “내일 다 같이 모여서 밥 한끼 먹자. 아쉽게 술은 못한다. 샴페인도 그렇고 술 한잔 해야 하는데 밥이라도 한끼 같이 먹자”라고 말했다. 유 감독이 악화된 건강 탓에 “술은 못해도”라고 말하며 손으로 자신의 배를 두드리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그는 “서로 격려해주고 본인들한테 박수를 치면서 끝내자”라며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유 감독은 “2박 3일간 입원해 있다가 퇴원해서 2주간을 있고 다시 입원하고 퇴원하는 식으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수술할 단계는 넘어서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주변에서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알려주시지만, 일단 주치의의 지시를 전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 선수들은 구단이 지급할 특별 수당에서 각자 10%씩 걷어 유 감독의 치료비에 보태기로 뜻을 모았다. 대한축구협회(KFA) 축구사랑나눔재단은 유 감독의 쾌유를 바라며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대한축구협회 풋볼팬타지움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불굴의 사나이 유상철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유 감독을 응원하는 움직임이 축구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건 바람직하고 훈훈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자는 유 감독과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쾌유 바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 감독은 밝게 웃으며 기꺼이 응했고 고마워했다. 남자다우면서 구수한 유 감독의 웃음을 축구장에서 오래도록 볼 수 있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