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전략회의 진행 끝나고도 인사 발표 없을 듯
이재용 재판 내년 1월에 있어 연초 인사도 불확실
삼성전자 정기인사 안갯속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노조와해 혐의로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이상훈 의장이 구속되는 사태를 맞이한 삼성전자가 올해 연말 사장단 임원인사를 내년으로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으로 재판에 남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 의장이 법정구속되자 삼성전자 이사회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올해 연말 정기인사도 사실상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사장단 인사의 경우 이사회에 보고한 뒤 주주총회 의결 사항으로 안건을 올려야 하는데 의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이사회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사내이사가 또 한 명 줄어들면서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 체제가 됐다.

삼성 내부에서는 다른 이사회 멤버 가운데 새로 의장을 선출하거나 대행을 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사회 소집계획도 아직은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삼성전자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하는데, 정기인사를 마치고 새롭게 임명된 사장단에 맞춰 내년 사업 계획을 점검하고 전략을 수립하지만 올해는 기존 임원들이 유지된 상태에서 지난 16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먼저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16일부터 18일까지 TV, 스마트폰, 가전 등 완제품 부문의 회의를 진행하고, 18일부터 20일까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의 전략회의를 갖는다.

당초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그룹의 주요 전략을 기획하는 연례회의를 마치는 다음주 중 인사가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 의장을 비롯해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 박용기 삼성전자 부회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등 주요 경영진들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돼 인사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전자는 12월 경 정기적인 인사발표를 내고 내년도 사업을 이끌어갈 전략회의를 진행해 왔지만 올해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내년 1월 17일 4차 공판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인사를 미뤄왔는데 이 의장까지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기인사에 대한 언급도 사실상 배제된 처지에 놓였다.

앞서 2016년에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삼성전자는 그해 인사를 아예 진행하지 않았고, 이듬해 5월 경에 한 차례 진행한 바 있었던 만큼 올해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5G 장비 관련 사업을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 퀀텀닷(QD)-디스플레이 개발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맞물려 있는 만큼 인사발표가 늦어지면서 차질을 빚는 건 아닌지 걱정거리도 남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선 쉽사리 인사 얘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조직 향방에 가장 중요한 인사를 무기한 연기할 수도 없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이뤄질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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