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2019년 방송가는 희비가 엇갈리는 한 해였다. 몇 년 동안 강세가 이어졌던 케이블과 종편의 드라마는 하반기 높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지상파 드라마는 꾸준하게 상승세를 이어가며 호평을 받았다. 예능가도 마찬가지다. 버닝썬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하차와 조기종영 등의 골머리를 앓았고 인기리에 시즌제로 이어져 온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작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펭수의 등장은 교류가 없던 방송사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방송사 대통합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각 예능 프로그램의 과감한 편성시간대 변경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드라마 방영 시간에 예능을 투입하는 전략으로 변화를 꾀했다.

■ 지상파 강세·거대 자본 투입이 부진으로 이어진 드라마

2018년부터 시작된 JTBC 'SKY캐슬'이 2019년 초까지 방영되며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대한민국 입시 문제를 현실성 있게 다룬 점과 매 회 파격적인 연출을 통해 확실한 시청층을 확보했다. 그 동안의 드라마와 다르게 여성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이후 1월부터 3월까지 방영된 KBS '왜그래 풍상씨'가 화제를 얻었다. 소위 막장이라고 말하는 사건으로만 이야기가 계속된다는 혹평이 있었지만 가족애를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시청률 22.7%까지 오르는 인기를 끌었다. 부진했던 지상파 드라마 성적에 전환점이 된 드라마다.

2월부터 4월까지 방영된 SBS '열혈사제'가 최고시청률 22%까지 오르면서 한번 더 지상파 드라마에 순풍을 불어넣었다. 개성 강한 캐릭터의 열연과 사제-형사의 합동수사라는 독특한 인물 설정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김남길과 이하늬 등의 주연급 배우들의 활약은 물론이고 음문석, 안창환, 전성우 등 조연 배우들의 활약 또한 두드러지며 신예 배우들의 재발견도 이루어졌다.

이어 하반기 가장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는 KBS '동백꽃이 필 무렵'이다. 최고시청률 23.8%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상의 마을에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려내면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받으며 사랑을 받았다. 로맨스와 스릴러를 함께 보여주는 복합장르라는 점도 드라마의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두 가지의 장르를 적절히 섞은 드라마 전개가 드라마 전체에 긴장감을 주며 몰입력을 높였다.

하지만 높은 제작비 투입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들은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54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tvN '아스달 연대기'는 장동건, 송중기, 김지원 등의 화려한 캐스팅과 그 동안 다룬 적 없는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드라마였지만 시청률 7%대에 머무르며 높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CG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즌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시대 배경과 맞지 않는 의상, 역사 드라마의 서사 전개를 벗어나지 못해 진부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끝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더불어 200억의 제작비를 투입한 JTBC '나의 나라' 역시 최고시청률 5%로 다소 부진했다. 또한 SBS '배가본드'도 제작비 250억 투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고시청률 13%에 머무르며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로 인해 높은 제작비를 통해 고퀄리티의 드라마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 예상했던 대작들이 높지 않은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거대 자본의 투입이 드라마 화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례를 남겼다.

■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펭수 신드롬…새로운 시도 꾀한 예능가
올해 초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게이트의 여파는 예능가에까지 이어졌다. 불법촬영과 집단성폭행 혐의를 받은 정준영으로 인해 tvN '짠내투어', tvN '현지에서 먹힐까3'는 통편집을 감행했고 출연 중인 KBS '1박 2일' 시즌3는 정준영을 하차시켰다. 이후 '1박 2일'은 다시 정상궤도에 들어서는 듯 했으나 김준호, 차태현, 담당PD의 내기 골프 사건이 불거지면서 무기한 제작 중단과 조기종영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이 외에도 로버트 할리, 비아이 등의 마약류 위법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논란이 불거진 연예인들의 분량 도려내기가 이어졌다.

2016년부터 이어져 온 엠넷 '프로듀스 101'이 올해도 화제를 이어갔지만 '프로듀스X101' 생방송 종료 후 논란이 제기되면서 이후 몇몇 소속사와의 유착관계가 밝혀졌다. 이에 주요 제작진인 안준영PD와 김용범CP가 구속됐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2월부터 5월까지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이 최고 시청률 18%까지 오르고 당시 1등을 차지한 송가인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시즌 2인 '미스터트롯'이 내년 상반기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논란이 있지만 화제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EBS 캐릭터인 펭수가 높은 인기를 얻었다. 펭수는 EBS '자이언트 펭TV'에 출연중인 EBS 연습생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기존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가 보여준 모범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의 이목을 끈 것이다. 이후 펭수 열풍이 이어지자 EBS 외에 다른 방송사에서도 펭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펭수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JTBC '아는 형님', SBS '정글의 법칙', KBS '연예가 중계' 등에 출연하며 방송사 대통합을 이뤘다. 이로 인해 EBS 수신료를 올려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EBS '보니하니'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최영수와 박동근이 하니로 출연하고 있는 채연을 폭행, 성희롱 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다시 역풍을 맞았다. 이에 '보니하니'는 제작을 중단했고 담당 책임자는 사임당하는 등 조치가 이뤄졌다.

이렇듯 희비가 엇갈린 예능가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변화를 꾀하며 시청층을 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싶어서'와 KBS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드라마 편성 시간에 방영되며 변화를 꾀했고 MBC '놀면 뭐하니'와 tvN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 '라끼남' 등은 본방송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튜브 등의 서브 채널을 개설해 또 다른 시청층을 잡으려는 노력을 했다. 또한 출연자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1박 2일'은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며 처음 예능에 도전하는 연정훈, 김선호, 라비 등의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을 출연시켰다. 이에 전 시즌 논란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 시청률 15.7%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사진='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아스달 연대기' 포스터, 엠넷 '프로듀스' 시즌 1-4 포스터, OSEN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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