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하경화 IT세상

구글이 크게 질렀다.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15’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잔뜩 쏟아냈더라.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사용 환경을 바꿀만한 혁신적이고 소식이 많았다. 안드로이드M이나 안드로이드 페이도 흥미롭지만, 그 중 내 귀를 가장 솔깃하게 만든 것은 ‘구글 포토(Google Photos)’다.

구글 포토는 최대 1,600만 화소 해상도의 사진과 1,080p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지금도 넘쳐나는 게 클라우드 서비스인데 이제와 새삼 구글이 만들었다고 다를 게 무어 있는지 의아해 하는 이도 있겠다. 기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일정 용량 이상을 이용하기 위해선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통큰 구글은 이 서비스에 무제한과 무료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구글 포토 사용자는 고용량 사진과 동영상을 얼마든지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완전 공짜’라는 마법의 키워드만으로도 이미 양잿물도 마실 준비가 됐건만, 고맙게도 내용물까지 매력적이다. 구글 포토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다. 일단 뛰어난 검색 기능을 갖췄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워낙 활발히 사용하는 터라 1만 장이 넘는 사진을 가지고 있는데, 체계적인 사진 정리 기능은 몹시 반갑다. 사람, 장소, 물건, 날씨 등 여러가지 기준에 의해 사진을 분류하고 그것들을 이용해 원하는 사진을 검색할 수 있다. 사용자가 일일이 태그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훌륭하다. 두 번째 강점은 파일 공유 방식이 아주 간편하다는 것. 공유 대상이 특정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선택한 사진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생성해 바로 공유할 수 있다. 또, 구글 포토와 연동해 놓은 모든 기기에서 자동으로 사진을 백업해준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카메라 등 사용자의 모든 사진 파일을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에 유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들은 지금 비상 사태에 놓이게 됐다. 이토록 잘 만든 서비스를 공짜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으니 사용자들의 마음이 기우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이쯤에서 구글의 속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글이 우리 엄마도 아닌데 이렇게 아낌없이 퍼줄 때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일상의 세세한 순간까지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 시대에, 사진 파일의 정보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많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특정 이벤트나 이슈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이나 민감도를 측정하는 통계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취향을 파악하는 지표도 된다. 구글이 당신의 사용을 마음대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당신의 사진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분석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떤 장소에 자주 가고, 어떤 사람들을 자주 만나며,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게 될 것이다. 이 방대한 데이터는 구글에게 유료 클라우드 서비스 이상의 수익원을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하다. 쉬운 예를 들자면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절묘한 ‘타깃 광고’를 노출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먼 미래를 보자면, 기술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다른 경로로는 쉽게 쌓을 수 없는 데이터를 순식간에 모을 수 있는 ‘노다지’를 개척한 것이 아닌가.

물론, 이런 이유로 쾌적한 서비스를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양질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 기꺼이 즐기자. 다만 우리도 무언가를 내어준다는 사실만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택할 수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우리 삶의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오려 한다. 편리함을 담보로 어디까지 곁을 내어줄지는 언제나 사용자가 선택해야 한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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